[단독]수탁금 1조 넘어선 '비상장주식신탁'...제2 펀드사태 주의보
2023-09-04 17:55
고수익 겨냥 비상장기업 대상 투자
원금 초과 손실 위험에도 정보 미흡
시가 평가 불명확, 손해는 개인 책임
원금 초과 손실 위험에도 정보 미흡
시가 평가 불명확, 손해는 개인 책임
고수익을 겨냥해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비상장주식신탁' 수탁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서며 빨간불이 켜졌다. 원금 초과 손실이 가능한 초고위험 상품이지만 시가 평가가 명확하지 않아 만기 전 손해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4일 아주경제가 국회 정무위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말 기준 특정금전신탁 중 비상장주식 수탁액은 1조1838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를 제외하면 비상장주식신탁 수탁액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2019년 6633억원에서 2020년(전기 대비 1773억원 증가)에는 8406억원, 2021년(전기 대비 3325억원 증가)에는 1조1731억원, 2022년(전기 대비 356억원 증가)에는 1조2087억원까지 늘며 정점을 찍었다.
올 상반기 수탁액은 전기 대비 249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증권 시장이 부진을 겪으며 비상장주식 시장 규모도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상장주식은 증권권거래소 상장 전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말한다. 상장이 임박한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면 상장 후 큰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이를 신탁과 연결한 상품이 비상장주식 편입 신탁 상품이다. 위험도가 높아 기본 1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판매한다.
비상장주식 편입 신탁 상품은 일반적으로 3년짜리 만기 상품으로 나온다.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증권사들은 매년 투자자에게 재연장 여부를 묻고 전문 투자자 교육도 제공한다. 높은 위험도에 비해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장외 시장에서 개인 간에 거래하다 보니 투자자로서는 시세 파악이 어려운데 금융 당국의 기준도 미비해 실제 손해를 보고 있는지, 수익이 발생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투자한 비상장 기업이 상장에 실패했을 때는 막대한 손해를 볼 우려도 있다.
투자에 대한 판단은 투자자 본인 책임이지만 금융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만들고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도별 만기 도래 금액을 살펴보면 올해 2945억원, 2024년 3020억원, 2025년 1771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 5개 상위 증권사 중 A증권사 2405억원, B증권사 1499억원, C증권사 1208억원, D증권사 940억원, E증권사 896억원 등 순으로 해당 상품을 팔았다. 수수료는 원금(최소 10억원) 대비 약 2%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자는 ‘자기 책임 원칙’에 따라 규율될 영역이지만 판매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시가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정립해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