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6학년 초등교사, 학급생활지도 어려움...학교는 개인사 몰아"

2023-09-02 13:45
서울교사노조 "정신적으로 힘들어 병가와 질병휴직 할 정도"
초등교사노조 "교사 지도 불응·반항 아이들...학부모 민원까지"

2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 양천구 소재 초등학교 앞에 마련된 교사 A씨의 추모 공간에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를 앞둔 지난달 31일 한 14년 차 초등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원단체들이 "사건을 은폐하지 말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일 서울시교육청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올해 3월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 한 초등학교의 6학년 담임 교사로 일했다. 14년 차 교사인 A씨는 전날까지 질병휴직 중이었다. A씨는 결국 지난달 31일 오후 7시 24분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에 있는 시부모님댁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교원단체들은 이번 사건도 개인사가 아닌 학급 생활지도와 학부모 민원에 대한 어려움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복수의 제보자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고인은 가족 관계나 양육 관련 등 문제가 없었고, 시부모님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며 "올해 6학년 담임교사를 맡으면서 학급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었고, 이로 인해 질병휴직을 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초등교사노동조합도 성명서를 내고 "동료교사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올해 고인(A씨)이 맡은 6학년 아이들이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거나 반항하는 경우가 있었고, 교사를 탓하는 학부모 민원까지 겹치면서 1학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연가와 병가를 냈다고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교원단체들은 A씨가 개인사 문제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학교 측에서 일관되게 얘기하는 것을 지적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제보에 따르면 학교 측에선 9월 1일 두 차례 부장회의를 하며 '학교는 책임이 없고, 고인의 사망 원인은 개인적인 문제'라는 입장을 교사들에게 얘기했고, 교사들에게 이 문제를 학교 밖으로 발설하지 않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당국과 경찰당국에 진상규명을 위한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교육청은 세부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며 "유족과 해당 학급 학생, 동료 교원에 대한 심리 정서적 지원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A씨의 빈소는 서울 은평구 한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해당 학교 교장과 교감이 빈소 조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