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 이슈로 BIM 중요성 높아지는데...건설업계 "갈 길 멀어"

2023-09-03 13:38

2D 도면 설계에서 3D BIM 설계로 전환 계획 [이미지=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부가 건설정보모델링(BIM) 기술 활성화를 위해 공공공사 도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건설업계에서는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LH 단지 철근 누락 사태 등으로 건설업계 설계·시공·감리 부실 문제가 떠오르며 BIM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일부 대형사를 제외한 건설사들은 기술 개발비용 등 건설현장 적용에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공사 과정에서 BIM 기술 적용을 위한 연구개발을 확대하는 추세다. BIM은 2차원 평면도면을 3차원으로 입체화한 정보모델을 기반으로 건축물 생애 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통합해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기획과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전 단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형상·속성 등을 정보로 표현한 디지털 모형을 의미한다. 자재·공사비 등을 미리 산출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오류 등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모든 공공공사에 BIM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총 공사비 1000억원 이상 대형 공공공사에는 설계 단계에서 BIM이 의무 적용되고 있고 2026년부터는 500억원 이상, 2028년에는 300억원 이상, 2030년에는 300억원 미만 공공공사에도 BIM 도입이 의무화될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7월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6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대형공사 등의 입찰방법 심의기준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주요 건설사들은 BIM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BIM국제표준 인증인 ISO 19650을 획득한 상태다. ISO 19650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해외 공공사업에서도 자격요건으로 제시되는 추세다.

DL이앤씨는 지난 2020년부터 주택·토목·플랜트 사업본부 내에 모두 BIM 전담팀을 구성해 100여명의 직원들이 BIM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모든 공사 현장에서 설계단계부터 공정 관리, 안전성 평가, 원가 관리 시공까지 BIM 기술을 활용 중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BIM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고 본사뿐만 아니라 현장, 협력업체까지 함께 BIM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우건설은 5D BIM 운용 시스템을 자체 개발,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 BIM 모델로부터 입력받은 정보를 내역서로 즉시 작성·검토 후 실행내역서를 확정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포스코이앤씨는  4D BIM에 안전을 융합한 8D BIM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공사, 안전, 본사 담당자가 BIM 모델에서 공정별 작업 위험도를 구분하고 고위험 작업에 대해 위험요인 제거 방안을 수립, 실제 작업에 적용한다.

현대건설은 BIM을 통해 가상공간에 실제 건설현장을 동일하게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동부건설은 공사자재 수량산출, 공법 검토에 BIM 활용 중이며 코오롱글로벌도 시공용 철근 수량 산출 등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BIM 기술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조달청이 용인시민체육공원 사업에 BIM 활용을 최초로 포함시킨 이후로 15년 지났는데 아직도 국내 BIM 기술 성숙도는 초기 단계(레벨1) 수준"이라며 "민간기업들이 BIM 도입을 확대 적용하기에는 아직 보유한 기술 수준이 낮은데, 선제적으로 BIM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활성화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술이 초기단계인 만큼 주요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부담이 크다. 특히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공공공사 비중이 높은데, BIM 도입 확대가 부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BIM 적용 자체는 비용부담이 크지 않은데, 도입하기 위한 기술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BIM 자체 기술을 개발하려 노력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완성된 기술이 아니고 초기단계 기술이기 때문에 BIM 모든 공사 과정에 적용할 만한 수준이 되려면 대형사들 중심으로 기술 개발을 주도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BIM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가기준 현실화와 기술 인력 양성 등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현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BIM클러스터장은 "일부 대형 설계·시공사를 제외하고는 아직 대부분 건설기업들이 자체 기술개발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낮아 보인다"며 "정부 공사 발주에 BIM 대가기준 현실화, 기업에 인센티브 지원,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비 지원 등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위성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기술력 변화를 위한 제도 개선, 스마트 건설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로드맵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미지=한국건설기술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