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격에 거래량까지 '동반 상승'한 대구, 미분양 해결만 남았다

2023-08-30 08:05

대구 수성구 욱수동 한 아파트 전경 [사진=박새롬 기자]

‘미분양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광역시가 최근 아파트 매매 가격과 거래량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성구와 중구에 위치한 준신축 아파트 위주로 수요가 붙으면서 시장이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다수 남아 있어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승세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대구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6%로, 지난 8월 첫째 주(0.03%) 상승 이후 3주 연속 상승을 보였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8월 월간 기준 매매가격 변동률이 하락을 벗어나 상승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대구 지역의 월간 아파트 가격이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2021년 10월(0.04%)이 마지막이었다. 

아파트 매매량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월 874건이던 대구 지역 아파트 매매거래는 2월 1525건, 3월 1970건, 4월 2052건, 5월 2058건, 6월 2264건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수성구 범어동 범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933㎡는 이달 18일 9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동일 면적이 지난 2월 8억원에 계약이 체결된 것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1억5000만원 상승한 것이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연간 거래량이 11건에 그쳤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미 54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중구 남산동 남산롯데캐슬센트럴스카이 전용 59.8763㎡도 지난 19일 5억3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는데, 같은 단지 동일면적이 지난 2월에 4억3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최근 10년 미만의 준신축 위주로 매매가 조금씩 되살아나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수성구 범어동 A중개업소 대표는 "신축의 경우 지난해 연말부터 급매물들이 많이 거래됐다"며 "매도자 입장에서는 매수 문의가 많아지면서 중개업소에 내놓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구 남산동 B 중개업소 대표는 "연초에 비해 신축 아파트의 경우 1억원 정도 가격이 올랐고, 매수 문의도 신축 위주로 들어온다"며 "매수 우위로 바뀌면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매물이 나오면 금세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분양 물량은 대구 지역 부동산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미분양은 지난 1월 1만3565가구에서 6월 1만1409가구로 2156가구(15.89%) 줄어 들긴 했어도 여전히 전국 최고 수준이다. 

수성구 C 중개업소 관계자는 "미분양이라도 가격과 입지가 좋은 곳은 매수 문의가 오긴 하지만, 다소 높은 분양가와 소극적인 분양 정책이 맞물리며 미분양 물량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지역 내 개발 호재가 나오거나 금리 인하 등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이상 단기간에 대구 지역의 미분양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 연구원은 "미분양이 많은 상태에서 입주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단기간 해소가 여의치 않다"며 "미분양이 지금 상태로 쌓이게 되면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 연구원은 "대구의 미분양 문제는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고 지금으로선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 맡겨두는 수밖에 없다”며 “미분양 문제로 대구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