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 전쟁 본격화... LH 전관 다음은 '도로·철도'?
2023-08-28 19:07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촉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관 카르텔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카르텔을 겨냥한 칼끝이 LH에 그치지 않고 한국도로공사 등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 전반으로 향할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도로공사 등 국토부 산하기관에 대해 스스로 매를 들고 고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전관 카르텔 혁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28일 국토교통부와 관계 기관에 따르면 현재 국토부는 도로와 철도 등 설계·감리용역에 재직 중인 퇴직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원 장관이 LH 사태를 계기로 전관 관련 이권 카르텔 혁파 의지를 강하게 표출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국토부가 10월 중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할 계획인 만큼 업계에서는 이른 시일 내에 주요 산하 기관에 대한 개혁 작업에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장관이 이날 언급한 도로공사도 그간 꾸준히 전관 특혜 논란이 불거져 왔다. 감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2016년 1월 1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전관 업체와 체결한 계약이 13.5%에 달했다. 수의계약 비율은 더 높았다. 같은 기간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건수는 558건(9193억원)으로 전체 계약 가운데 18.9%를 차지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인 '도성회'가 고속도로 휴게소·주유소 등을 운영하는 자회사를 통해 최근 5년간 배당 수익을 약 50억원 챙기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철도 분야에서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 SR(에스알), SRT(수서고속철도) 등이 대상이다. 퇴직자가 있는 업체에 부품 독점 납품 문제 등이 10월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공정위 조사에서는 한국철도공사·국가철도공단의 '철도 차량·침목' 입찰 담합 사건이 적발된 바 있다.
다만 전관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국토부 행보가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 시스템에 대한 논의 없이 전관 자체를 문제로 규정하고 접근한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국토부가 전관을 배제하는 방안을 내놓으면 자회사처럼 드러나지 않는 회사를 만들어 전관을 채용하고 로비를 하는 등 편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전관은 부실공사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전관 자체를 없애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