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절벽에 고물가까지...'투잡' 내몰린 청년들 81% 급증

2023-08-25 05:00
본업外 부업 나선 청년층 3.7만명→6.7만명
15~29세 고용률, 전 연령대 유일하게 하락
경제여건 악화, 배달·알바로 추가 소득 확보

[사진=연합뉴스]
# 3년 차 직장인 민모씨(33)는 평일 퇴근 이후나 주말에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당장 내년 하반기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현재 월급으로는 결혼 준비를 하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민씨는 "주위에도 투잡을 뛰는 지인이 많다"며 "이래도 내 집 마련은 힘들겠지만 결혼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본업 외 부업으로 소득을 늘리는 투잡 청년들이 1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여건에 고용 불안도 심화하자 부업을 해서라도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부업을 한 15~29세 청년층은 6만7000명으로 지난해 7월(3만7000명)보다 81% 증가했다. 

이 수치는 올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1월만 해도 전년 대비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는데 2월에 20%대로 높아진 뒤 6월에는 32%, 7월에는 80% 이상으로 치솟았다. 

연령층을 30대까지 확대해 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같은 기간 부업을 하는 15~39세 인구는 12만9000명으로 지난해 7월(11만5000명)보다 12.2% 늘었다. 

청년층 부업자가 늘어나는 주요 원인으로는 경기 부진에 따른 고용 시장 불안 등이 꼽힌다. 투잡 희망자를 의미하는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 규모'가 증가세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15~29세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는 13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다. 주간 취업 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계층이다. 취업하기는 했지만 구직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확장 실업률 지표로 쓰이며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단시간 근로자에 머물고 있는 '불완전 취업자'로 분석되기도 한다.

청년층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는 올해 1월 9만명대에서 2월 11만명을 넘어선 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69.6%로 1989년 이후 역대 7월 중 가장 높았지만 청년층 고용 활력은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8000명 줄었다. 고용률은 0.7%포인트 하락하며 2021년 2월(-0.9%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 연령층 중 유일하게 고용률이 하락했다.

20대 초반의 경제활동참가율도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6개월째 하락하며 낙폭을 키우고 있다. 구직 활동을 하는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쉬었음' 등으로 분류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한 노동경제학자는 "경기 침체로 고용 시장 불안이 커질수록 청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며 "결국 안정성이 낮더라도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 일자리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통해 추가 소득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는 "이미 고질병이 된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해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