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 교도소 운영·의경 부활"…쏟아지는 '흉악범죄' 정부 대책 실효성은
2023-08-23 14:37
신림역 칼부림·분당 흉기 난동 등 최근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극에 달했다. 당정은 이 같은 흉악범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흉악범 전담 교도소 운영을 추진하고 의무경찰제를 부활해 치안 인력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각에서 당정이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면서 사형제도를 실제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정, 흉악범죄 방지책 잇따라 발표
2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상 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흉기 난동을 '사실상 테러'라고 규정하면서 폐지됐던 의무경찰제(의경)를 재도입해 경찰 치안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흉악범죄에 대비하기에는 현장 치안활동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경은 병역 의무 기간 군에 입대하는 대신 경찰 치안 업무를 보조하는데 1982년 신설됐다가 지난 4월 마지막 기수가 합동전역식을 하면서 폐지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흉악범 전담 교도소 운영과 의경 부활 등 당정이 내놓은 흉악범죄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과거 '청송교도소'로 불렸던 경북1교도소·2교도소에서 죄질이 좋지 않은 흉악범들을 주로 수용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흉악범죄 예방책이 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시민들은 "흉악범을 혈세로 먹여살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흉악범 전담 교도소를 운영하는 것 '사후약방문식' 해결 방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단순히 전담 교소도를 만들어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접견에 대한 제한, 전문 교정 교육 등 재범을 줄일 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도 "사건이 터지고 나면 범죄자들을 오래 교정시설에 가둬두겠다는 대책인데 이것이 과연 예방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당정 등에서 발표한 대책들을 가능하게 할 인프라에 대한 언급은 없고 단순히 대책만 내놓은 것 같은 점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국민 70% '사형제 찬성'···"근본적 대책 안 돼"
여론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새로운 대책들을 내놓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사형제도를 집행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69%)은 '사형제 유지'에 찬성했다. 최근 묻지마 흉악범죄가 발생하고 난 후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사형 집행 부활을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마포구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배모씨(35)는 "사형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솜방망이식 처벌만 한다면 법 무서운 줄 모르는 범죄자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무고한 시민들 안전을 위해서라도 법정 최고형인 사형제는 존재해야 하며 집행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회사원 김모씨(33)는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흉악범의 교도소 생활에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실제로 사형 집행을 하게 되면 범죄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엄벌주의가 근본적인 범죄 예방책이 될 수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벌어진 사건의 피의자는 형벌이 무서워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형 집행이 범죄 예방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사후 대책보다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개입해 치료 등을 받게 하는 예방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