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룽바이, 국내서 LFP 양극재 양산···IRA 우회전략에 K-배터리 화들짝

2023-08-24 05:50
충주 공장서 내년 말 LFMP 생산 방침
삼성SDI 등 韓업체, 본격 개발 움직임
양산까진 갈길 멀어···가격경쟁력 취약

중국 기업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하기 위해 국내에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를 생산하기로 했다. 중국의 국내 시장 진출에 삼원계 양극재만 만들던 국내 업체들도 서둘러 LFP 양극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롱바이의 자회사 재세능원은 지난 18일 착공한 충주 양극재 2공장에서 내년 말부터 차세대 LFP 양극재인 'LFMP'를 생산할 계획이다. LFMP는 LFP에 망간을 첨가, 에너지 용량을 개선한 차세대 양극재다.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LFMP 양극재를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 폭스바겐,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LFP 배터리를 채택한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판도가 달라지는 추세다. 이에 많은 완성차 및 배터리 제조사가 한국산 LFP 양극재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만든 소재를 사용해야 IRA의 세금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세능원 등 중국 기업이 한국에 LFP 양극재 생산 거점을 마련한 것도 IRA의 혜택을 받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및 유틸리티(생산 관련 에너지) 비용이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비싼데, IRA가 아니면 중국 기업이 국내로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삼원계 양극재만 만들던 한국 업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LFP 채택 확대와 중국 LFP 업체의 우회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은 올 2분기부터 LFP 양극재 개발을 시작했다고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시했다. 엘앤에프도 지난해 말부터 LFP 양극재를 개발하고 있다. 

그간 LFP 배터리 생산에 회의적이었던 삼성 SDI마저 달라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국내 최초의 LFP 배터리 생산시설을 울산 산업단지에 건설하는 계획을 울산시와 논의하고 있다.

다만 국내 업체들의 LFP 양극재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양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IRA가 중장기적으로 중국을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업체도 보수적으로 LFP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기업이 LFP를 양산하게 되는 시점에서 각국의 탈중국 기조가 이어질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LFP 양극재에 필요한 전구체는 대부분 중국에서만 생산 중이기 때문에 당장 한국산이 중국산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전 세계 LFP 배터리 생산의 99%는 중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전구체와 같은 양극재 중간소재는 대부분 중국 기업이 만들고 있는 영향이다.

국내 양극재 4사(에코프로·LG화학·포스코퓨처엠·엘앤에프)의 올 2분기 합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늘었지만 합산 영업이익은 36% 넘게 줄었다. LFP용 전구체 매입비와 LFP 연구개발비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국 재세능원이 지난 18일 충북 충주메가폴리스산업단지 내 외국인 투자지역에서 제2공장 기공식을 한 모습 [사진=충청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