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김덕훈, 사업 다 말아먹어"…총리 인사 조치 예고
2023-08-22 09:28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 색출해 당적, 법적으로 엄격히 처벌할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침수 피해 지역을 찾은 자리에서 김덕훈 내각총리를 공개 비판하며 인사 조치를 예고했다. 이는 최근 침수 피해뿐만 아니라 경제난에 대한 내부 불만을 김 총리에게 떠넘기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피해 복구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업무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 간부들을 비판하면서 책임을 김덕훈 총리에게 따졌다. 제방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닷물에 제방이 파괴되면서 간석지 구역이 침수됐다는 지적이다.
이어 "전 국가적으로 농작물 피해방지 대책을 철저히 세울 데 대해 특별히 강조하는 시점에조차 일군(간부)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성이 난무하게 된 데는 내각총리의 무맥한 사업 태도와 비뚤어진 관점에도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위원장은 "(김 총리가) 대책답지 못한 대책을 보고해놓고는 그나마 너절하게 조직한 사업마저도 료해(파악)해보면 피해 상황을 대하는 그의 해이성과 비적극성을 잘 알 수 있다"고 몰아붙였다.
김 총리는 2020년 59세 나이로 북한 간부 진영에서 경제를 총괄하는 총리직에 올랐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으로, '김정은 최측근'을 상징하는 가죽 롱코트를 걸치고 경제 현장 시찰에 나서는가 하면 주요 행사에서 김정은 다음으로 이름이 불리는 경우도 잦아 실세로 평가됐다.
김 총리뿐만 아니라 당 간부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도 예고됐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지적 저능아들,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해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는 "간석지 건설국장은 공급받은 연유를 떼 몰래 은닉해놓는 행위까지 했다는데 정말 틀려먹은 것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조용원·김재룡 당 비서,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북한군 총정치국장, 김정관 국방성 제1부상, 최근 복귀한 박정천 전 비서 등과 동행했다"고 전했다. 김덕훈은 수행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