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상승 주범' 지목된 50년 주담대…은행 판매중단 확산할까
2023-08-20 18:00
국내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으로 손꼽혀온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국내 가계부채 급증을 유발한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의 뭇매를 맞고 있다. 당장 NH농협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공급을 다음 달부터 중단할 예정인 가운데 타 은행권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할지 이목이 쏠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혼합형) 판매를 이달 말을 기해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농협은행이 지난달 5일 해당 상품 최대 만기를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 적용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농협은행은 상품 출시 당시 2조원 규모 특판으로 공급하는 대신 시장 반응을 보고 추가 확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초장기 주담대를 둘러싼 '가계부채 급증' 유발과 규제 우회 논란이 거세지면서 당초 예정대로 2조원에 한해서만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금융권 움직임은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춘 결과다. 현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한 '50년 주담대' 상품 출시를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해 '새 정부 가계대출 관리 방향 및 단계적 규제 정상화 방안'을 통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금융당국은 "기한을 늘려 청년 등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의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만기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기조 속에 은행 가계부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한국은행 역시 연일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경고에 나섰다. 이에 뒷짐을 지고 있던 금융당국 역시 부랴부랴 가계부채 현장 점검과 규제 조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특례보금자리론(정책금융), 50년 주담대가 이른바 '빚투' 주범으로 도마에 올랐다.
한편 이번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 소식에 여타 은행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아닌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당국에서 초장기 상품에 대한 규제를 고려하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 관리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추후라도 판매 중단에 동참하는 은행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