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용도변경?" vs "국토부가 배임"...10시간 대립한 검찰·이재명

2023-08-18 08:38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18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 차에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17일 검찰에 소환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백현동 아파트 부지의 용도변경을 인‧허가한 배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고, 이 대표는 백현동 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일이라며 배임죄가 성립한다면 그때 정부 국토교통부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전날 오전 10시 30분 이 대표를 불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위증교사 등 혐의로 피의자 신문을 진행했다. 지난 2월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을 강제수사한 지 약 반 년 만이다. 이 대표는 오후 9시까지 약 10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3시간가량 조서를 열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檢, 용도변경 이유 추궁...이재명 "목표 정해놓고 꿰맞추는 수사"
이 대표에 대한 피의자 신문은 반부패수사1부 최재순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37기)가 평검사 1명과 함께 진행했고, 이 대표 측에서는 법률대리인 박균택 전 고검장(21기)이 입회했다.

검찰은 300쪽 정도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변경한 이유, 당초 계획과 달리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서 빠진 배경, 로비스트 김인섭(구속기소)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범행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은 30쪽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제출하고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18일 오전 0시 1분께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와 "객관적 사실에 의하면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검찰이 목표를 정해놓고 사실과 꿰맞춰 간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 대표 변호인인 박균택 변호사는 "이 대표가 진술서를 내고 설명도 많이 했다"며 "(추가 검찰 조사는) 더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용도 변경을 조건으로 땅을 팔았으면서도 용도 변경 전 가격으로 계약한 한국식품연구원이나 이를 승인한 국토부가 진짜 배임죄라는 얘기를 해드렸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이 성남시 차원이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토부의 지시가 있었던 사업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5쪽 분량의 검찰 진술서 요약본을 공개하며 "백현동 용도 변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부의 요구에 의한 것이고 국가가 그 혜택을 누렸다"며 "실무부서의 감정 결과에 따른 건의를 수용한 것"이라고 적었다.

정청래‧박찬대‧서영교‧장경태 최고위원, 조성식 사무총장, 김민석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한 의원 10여명은 이 대표를 기다렸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이름을 거듭 외쳤다. 이 대표는 이들을 향해 인사를 한 뒤 차량에 탑승했다.
 
단번에 자연녹지→준주거지 '백현동 의혹'...이재명 연관성 찾는 검찰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있던 2015년 백현동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부지 용도를 한 번에 4단계 상향(자연녹지→준주거지) 변경해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 참여를 배제해 민간 사업자가 결과적으로 3000억여원의 분양이익을 얻도록 해줬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 등 성남시 수뇌부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대본부장을 지낸 최측근 김인섭 전 대표의 로비를 받아 민간 사업자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또 이 대표의 위증교사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의혹은 김 전 대표의 측근 A씨가 2019년 2월 이 대표의 '검사 사칭' 사건 재판에서 이 대표 측 부탁으로 위증을 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 대표 소환과 관련해 "배임 동기나 인·허가 특혜 경위, 보고·승인·결재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