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매출 12조원 목표"···셀트리온, 신약 만드는 '빅파마 도약'

2023-08-17 17:40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후 6개월 내 제약도 추진
서정진 회장 "투명성이 제고될 것...앞으로 자체신약 개발 주력"

[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최대 과제로 꼽았던 ‘상장 3총사’ 합병 윤곽이 나왔다. 2020년 처음 3사 합병 계획이 나온 지 3년여 만이다.

과거 그룹 경영에 부족함이 생기면 ‘소방수’ 역할로 현직에 복귀하겠다던 서 회장은 코로나 치료제 렉키로나 판매 중단, 신사업 발굴 부재 등 경영 환경 악화로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다시 나섰다. 이후 3사 합병 절차가 급물살을 타면서 회사는 우선적으로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는 절차를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서정진 회장은 17일 비대면으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1단계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하고, 합병 종료 후 6개월 내에 케미컬 사업부로의 통합 합병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합병을 기점으로 글로벌 빅파마 도약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특히 2030년까지 매출을 12조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로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크게 3가지 효과를 기대한다. 우선 개발부터 판매까지 전체 사업 사이클이 일원화돼 이에 따른 원가 경쟁력 개선을 바탕으로 신약과 신규 모달리티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가 경쟁력 강화를 통해 공격적인 가격 전략 구사가 가능해져 판매 지역과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는 데 이번 합병이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 회장은 “양사가 통합하면서 거래구조가 단순해져 수익 등 재무적 기준이 명료해지면서 투명성이 제고되고 투자자 신뢰도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2030년까지 매출을 12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로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선다. 먼저 바이오시밀러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암제를 중심으로 제형과 용법·용량을 변경해 기존 제품을 더욱 차별화하는 동시에 추가 제품 개발에 나서 2030년까지 22개 제품을 확보할 계획이다.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 개발에도 나선다. 연내에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가 예상되는 짐펜트라(Zymfentra)뿐 아니라 자체 개발과 라이선싱을 통해 확보한 신약을 2030년까지 전체 매출 중 40%까지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짐펜트라는 환자 편의성과 만족도를 갖춘 미국 내 유일의 인플릭시맙(Infliximab) SC제형 치료제로 빠른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통합 셀트리온은 글로벌 직접판매 유통망을 기반으로 주요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현재 2024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3공장 등 설비 확충을 통한 안정적 제품 공급까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선두권 바이오파마로 도약하는 데 필수 조건인 자체 판매·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사업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디지털 헬스 분야에도 장기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방대한 임상과 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진단·원격의료 분야에서 기회를 주시하고 있으며 신약 개발, 정밀의료, 임상 혁신 등 사업 과정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 신기술을 적극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이번 합병을 통해 투자자들 오해가 제거돼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앞으로 자체 신약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증권가, 합병 긍정적···“경영 투명화·수급 효과 기대”

증권가에선 셀트리온 합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합병을 통한 경영 투명화와 수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합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8월 기준 셀트리온 소액주주 비율은 66.4%,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9.8%다. 소액주주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합병 전후 주가 흐름에 따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정동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식 매수 청구 시 한도는 가용 현금 기준 셀트리온 1조10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7000억원으로 예상된다"며 "과거 합병 사례를 봤을 때 셀트리온그룹의 매수청구권 행사 가액과 주가의 괴리가 10% 내외로 유지되면 합병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향후 합병 법인 실적에도 관심이 쏠린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실적에서 내부 거래 매출을 제외하고 재고 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매출 원가를 셀트리온 원가로 조정하면 합병 법인 실적을 추정할 수 있다.

이를 2022년 기준으로 소급 적용한 합병 셀트리온 영업이익(5121억원)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각 영업이익의 단순 합계인 8761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시 1~2년간 실적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영업이익의 단순 합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를 방어하기 위해 타 법인 인수 등 전략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