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실형' 판사,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인가…대법 "사실관계 확인 중"

2023-08-16 17:24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박병곤(38·사법연수원 41기) 판사의 개인적인 정치 성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법관 개인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 될 수 있다며 유감을 표했던 대법원이 이후 정치적 성향을 드러냈다고 볼 소지가 있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다.

대법원 관계자는 16일 박 판사의 법관 임용 후 소셜미디어서비스(SNS) 사용과 관련해 "글 작성 경위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지난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정보통신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박 판사가 검찰 구형을 웃도는 선고를 하자 "법관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며 정치권의 비난이 쏟아졌다. 박 판사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시절 블로그, SNS 등에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을 쓰거나 자신을 특정 진보 정당의 당원이라고 소개하는 글을 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법원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해당 판결과 재판장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 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일부 언론에서 거론하고 있는 게시글의 경우 게시글에 나타난 작성 시기 등을 고려하면 그 일부 내용만을 토대로 법관의 사회적 인식이나 가치관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고 SNS 일부 활동만으로 법관의 정치적인 성향을 단정 짓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판사가 법관으로 임용된 이후에도 SNS에 정치 성향을 드러낸 글을 올린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박 판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낙선한 작년 3월 대선 직후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패한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직후에는 "울긴 왜 울어",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대사가 적힌 중국 드라마 캡처 사진을 올렸다고 한다.

법관윤리강령은 법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번 논란은 법관이 정치적 중립 의무에 대한 문제로 확대됐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도 법관의 SNS 사용과 관련해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2012년 권고했다.

판결 선고 뒤 휴가를 냈던 박 판사는 이날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우선 박 판사를 상대로 실제 게시글을 작성한 것이 맞는지, 작성 시기와 경위 등은 어떻게 되는지 사실관계부터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