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땐 정규직이라더니…석달 뒤 문의하자 해고 통보

2023-08-13 12:00
직장인 17% 입사·근로조건 불일치
채용후 기간제·프리랜서 계약 강요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규직 채용공고를 보고 입사했는데 근로계약서는 3개월 기간제 근로계약서(별도 협의가 없으면 3개월 연장)를 작성했습니다. 회사는 기간제 계약서지만 본인이 그만두지 않으면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하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 정규직 전환 여부와 함께 연봉 인상을 문의하자 바로 구두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근로자 A씨)

직장인 17%가 입사 제안 조건과 다른 근로조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근로자가 채용 과정에서 채용공고 내용을 증거자료로 확보해 두는 등 조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거짓 채용 광고 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채용절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근로계약 갑질' 13.8%···기간제 계약 강요 등

13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 9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7.1%는 '입사 제안 조건과 실제 근로조건이 동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직장갑질119가 접수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114건 중 근로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갑질은 154건으로 13.8%에 달한다. 유형은 기간제·프리랜서 계약 강요,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 등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근로계약 당시 처음 약속과 다른 고용형태 계약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B씨는 "정규직으로 알고 있었고 면접 과정에서도 정규직임을 확인하고 입사했는데 근로계약서는 3개월 기간이 명시된 단기계약서"라고 토로했다. 이어 "회사에 문의하자 이후 다시 정규직 계약서를 작성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채용 이후 근로조건을 근로자에 불리하게 변경하는 사례도 있었다. 채용절차법은 구직자 채용 이후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 사용자들은 수습기간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문제 제기를 어려워한다는 점을 이용해 근무지와 근로시간, 보수, 업무내용 등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있다. 근로자 C씨는 "정규직 채용공고에 응시했고 합격해 수습으로 사무실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최근 근무지와 근무요일이 변경됐다는 내용을 고지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근무지와 요일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이냐"고 말했다.
 
시용·인턴 등 근로계약 조건 확인해야

직장갑질119는 근로계약 체결 당시 어떤 계약을 맺는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습·시용·인턴이라는 개념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습은 확정적 근로계약을 체결해 통상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법적 보호를 받는다. 반면 시용과 인턴은 해고 인정 범위가 넓고 취업규칙 등 내규를 적용받지 않는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인턴·시용 등 불안정한 사회초년생 지위를 전제한 법률 관계가 확산하면서 근로계약을 이미 체결한 수습사원에 대해서도 불이익한 계약관계를 강요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행 채용절차법이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짓 채용광고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적용 대상이 상시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이고 일부 위반 행위에만 과태료를 부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채용갑질, 수습갑질을 채용사기로 규정하고 위반 시 과태료가 아닌 벌금을 부과하는 등 보다 강력한 사용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