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 故채상병 유족에 편지..."철저히 규명할테니 믿어달라"
2023-08-10 21:05
은폐·축소 논란 불거진 뒤 첫 공개입장...유족 "억장 무너진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0일 고(故) 채수근 상병의 유족에게 편지를 보내 "열심히, 철저히 진상규명을 하겠다"며 "국방부 조사 결과를 믿고 지켜봐 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와 유족 등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 '손자가 세상을 떠난 경위를 밝혀달라'는 서한을 발송한 채 상병의 할아버지에게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처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가 고인의 사망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이 장관이 유족에게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 상병의 할아버지는 국방부가 사건을 재조사하는 것에 대해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황망한 심정을 토로했고, 특히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상부 지시를 어기고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집단항명의 수괴' 혐의로 입건된 것에는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소속이었던 채 상병은 지난 7월 17일 경북 예천군에서 폭우와 산사태로 실종된 주민들을 찾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은 사망사건과 관련한 조사보고서를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장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정식 보고했다.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과 경북 예천 수해복구 작전을 지휘한 박상현 여단장을 포함한 8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장관은 해당 보고서를 직접 결재했고, 관련 내용은 31일 오후 언론과 국회에 공개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30일 저녁 국가안보실 요청으로 대통령실에 보고된 이후, 이 장관은 31일 오전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을 통해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공개와 경찰 이첩을 미루고 대기하라'고 박 대령에게 지시했다.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언론과 경찰에 공개할 내용에서 책임자 범위와 혐의 사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박 대령은 '이첩 관련 내용을 미리 보고했고, 공식적인 이첩 중단 명령을 들은 바 없다'면서 2일 경찰에 사건 조사결과를 이첩했다.
국방부는 같은 날 박 대령에게 직무정지 및 보직해임 조치를 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이 군형법 제45조에 따라 집단을 이뤄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집단 항명의 수괴'라며 형사입건 및 수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채 상병 사고 조사를 해병대 수사단에서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