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백현동' 이재명 17일 조사…李 "정치적 수사"vs檢 "국민적 의혹"
2023-08-10 17:35
검찰 "이재명, 백현동 의혹 관련 최종 결정권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 대표가 검찰 소환 조사와 관련해 '정치적 수사'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자 검찰이 "국민적 의혹에 대한 수사"라고 맞받아치면서 본격적인 조사 전부터 신경전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10일 이 대표 측과 일정을 조율, 오는 17일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강선우 대변인을 통해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재명을 옥죄어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뻔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심이 윤석열 정부에 등 돌릴 때마다, 무능한 정권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검찰이 '이재명 죽이기'에 나섰다"고도 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백현동 비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제기돼 수사한 것이고 성남시 공무원 조사를 통해 인허가 특혜 제공이 확인돼 관련 혐의자들이 이미 재판 중"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의사결정권자이자 인허가권자인 이 대표가 개입한 것으로 확인된 정황이 보여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각종 인허가 조건 변경을 가능하게 한 ‘최종 결정권자’라고 보고 이 대표의 사전 인지, 가담 여부 등 전반적인 내용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소환조사에 응하면서 당 대표 취임 후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에 이어 네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2014~2017년 경기 성남시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아파트 건설 인허가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이 편의를 제공 받고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게 골자다. 검찰은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인허가권자였던 이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민간업자들이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시행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구속기소)의 특혜 요구를 '대관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구속기소)가 정 전 실장에게 전달하면서 로비가 이뤄졌다고 본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대본부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민간업자들이 로비로 성남시가 시행사에 이례적인 부지 용도 변경,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조건 완화, 성남도시개발공사 참여 배제 등 특혜를 줬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는 백현동 지역 아파트 분양 등으로 3185억원의 분양이익을 얻었고 최대 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는 약 700억원의 배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2019년 2월 검사를 사칭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받던 이 대표는 김 전 대표의 측근인 사업가 김모씨에게 연락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증언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씨는 2019년 2∼4월 경기도 등에 납품할 수 있도록 알선하고 무선통신장비 제조업체에서 7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이 대표 재판에서 위증해 준 대가로 관공서 납품을 성사해주고 뒷돈을 챙긴 것으로 의심한다.
다만,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한 이른바 '428억원 약정 의혹'은 이번 조사 대상이 아니다.
한편,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역시 조만간 이 대표를 소환해 조사할 전망이다. 이후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두 사건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