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근로자가 바라본 총파업…"근무환경 개선점 짚어야"

2023-08-11 08:00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근로자 근무환경 개선과 연관한 의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총파업에서는 그런 의제를 접하기 어려웠어요. 제가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청년 조합원 A씨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면서 노조에 가입하게 됐다. A씨는 현장에서 대상자 상담 등을 진행하며 근무환경 개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지만 파업엔 불참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7월 3일부터 15일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노조탄압 중단, 공공성 강화 등을 의제로 총파업을 진행했다. A씨는 "총파업으로 저같은 조합원이 처한 근무환경 어려움 중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 소속인 저도 의제가 어려운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청년들은 더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이 지난 7월 총파업을 시작으로 오는 12일 8.15 전국노동자대회에 나서면서 노동계 '하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년 근로자들로부터 파업 취지에 공감이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비판을 넘어 근로자 근무환경 개선 등을 끌어내기 위한 고민을 녹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 "지역 일자리·환경 개선 등 필요"

2019년부터 노동조합에서 활동한 20대 조합원 B씨도 의제 변화 필요성을 느낀다는 입장이다. B씨는 노조에서 활동하며 성평등 교육, 공무원 근로환경 개선과 역량강화를 위한 사업 등을 추진했다. B씨는 "최근 총파업을 바라보며 아쉬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청년 근로자들이 개선 필요성을 느끼는 지역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B씨 설명이다.

청년 근로자들은 '정부 퇴진'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 하투가 청년 조합원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로 인해 총파업에 동참하는 청년 조합원들이 적다는 것이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노동계 하투는 정부 비판을 넘어 총파업에 참여하는 근로자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유니온은 고용형태·취업여부와 관계없이 만 15~39세 청년 근로자가 가입해 활동하는 노동조합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민주노총 총파업 참여 인원은 목표치에 못 미쳤다. 민주노총은 지난 7월 24일 열린 총파업 보고 기자회견에서 현장파업에 조합원 25만명을 동원했고 16만명이 서울 도심 등에서 진행된 집회·행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달 3일 총파업 돌입 선언 당시 언급했던 현장파업 참여 조합원 40만명, 집회·행진 참여 조합원 20만명보다 적은 수치다.
 
보건의료노조 "근무환경 개선 관련 의제 설정"

같은 기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동참했다.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수 1대5로 환자 안전 보장,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등이 주요 의제였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은 지난 2004년 파업 이후 19년만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총파업에는 4만5000명이 참여했다. 2004년 파업 당시 참여 인원인 1만여명의 4배에 달한다.

보건의료노조가 현장 의사·간호사들이 겪는 근무환경 어려움과 직결된 제도 개선을 파업의제로 설정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2021년 노정합의로 제도개선을 약속받았다"며 "정권 교체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나 위원장은 파업 참여율이 높았던 이유에 대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목소리가 높았던 인력·간병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도 "보건의료노조 파업은 의제가 실제 근로자가 근무환경에서 겪는 어려움에 기반한 의제를 토대로 진행돼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의 경우 명분이 분명해 조합원 참여율이 높았다고 보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현장에서 인력 수요가 높은데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드러나 명분이 확실했다"고 짚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총파업 당시 이틀 만에 파업을 종료하고 정부와 대화에 나섰다. 이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의제도 근로자 삶과 직결된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여론 설득이 어렵다면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