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팩트체크] '순살 아파트' 공포에 아파트 구조 확인 검색 확산..."문제는 구조 아닌 시공"

2023-08-03 06:00
문제는 '무량판 구조' 아닌 '철근 누락'...'원칙 준수'해야


1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덕계동 양주회천 A15블록 아파트 주차장 기둥에 보강 작업을 위한 철판이 덧붙여져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파주 운정(A34 임대), 남양주 별내(A25 분양), 양주 회천(A15 임대) 등 지하 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를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실 공사 논란으로 아파트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 '무량판 구조 확인법'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확인방식은 정확하지 않으며, 부실 시공 때문에 논란이 생긴 것이지 구조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지적한다.
 
평면도로 '무량판 구조' 확인?...전문가들 "정확하지 않아"
3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인터넷을 중심으로 ‘부동산정보 통합 열람 시스템’과 평면도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아파트 구조 확인 방법을 안내하는 글이 관심을 받고 있다.
 
한 블로그 게시글에 따르면 ‘부동산정보 통합 열람’에서 아파트 주소를 검색한 후 '층별 현황'의 '구조'에서 아파트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아파트 구조는 △벽식 구조 △기둥식 구조 △무량판 구조로 나뉘는데, 벽식 구조일 경우 △철근콘크리트조 △철근콘크리트 벽식 구조 △평슬래브 △내력벽식 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어 통합열람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기둥식, 무량식 구조는 '층별 평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도 한다. 평면도 상에 X표시가 된 빈사각형이 있으면 기둥식 구조, 회색 음영의 사각형이 보이면 무량판식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평면도만으로 무량판 구조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무량판 구조는 내력벽이 아닌 비내력벽으로 이뤄지는데 평면도만으로는 내력벽인지, 비내력벽인지 정확히 구분이 어렵다는 것이다. 서초구 공공주택관리과 관계자는 “예를 들어 발코니 확장 때 털 수 없는 부분을 내력벽이라고 하는데 평면도만 가지고는 알기 어렵다"며 "추측은 가능해도 무조건 맞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무량판 구조' 아닌 '철근 누락'...제도 강화보다 있는 제도 활용해야 
이 같은 '아파트 구조 확인법'이 확산된 배경은 지난 4월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이 무량판 구조의 보강 철근 누락인 것으로 드러난 직후부터다. 무량판 구조는 천장을 지지하는 보나 벽을 없애고, 기둥과 슬래브로 구성돼 층고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신 기둥만으로 하중을 견디도록 ‘뼈대’ 역할을 하는 보강 철근이 충분히 들어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고 발생 원인이 '구조'가 아닌 '철근 누락'에 있다며 아파트 구조 확인은 문제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무량판 구조는 대부분 지하 주차장에만 적용되고 주거용 아파트 부분은 대개 벽식 구조라고 설명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무량판은 지하주차장에 주로 쓰고 일반 아파트는 벽식으로 한다"며 "최근 LH에서 철근 빠진 아파트가 발표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돼 입주민들 사이에서 아파트 구조가 무량판인지 확인하려고 하는데 염려가 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량판 구조는 원칙대로 설계·시공을 하면 문제가 없는데 그렇지 않아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하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을 설계 구조가 아닌 원칙대로 설계·시공하지 않은 부실공사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제도의 미비가 아닌 제도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생긴 사고로 봤다. 따라서 단순히 규정·제도를 강화하기보다 건설 품질 확보 및 현장안전 등 사회적 비용이 공사비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자재비 등 공사비 증가’가 업계 현안인 상황에서, 제도 강화로 업무만 늘어난다면 ‘원칙 준수’는 더 어려워진다"며 "원칙 준수에 필요한 비용을 공사비에 반영하고 원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영업정지·폐업 등 ‘적절한 페널티’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