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화장발보다는 '민낯'…건설업계 '환골탈태' 계기로 삼아야
2023-08-02 18:00
"2022년 퇴근하지 못한 644명, 건설업이 절반 이상" 올해 1월 19일 어느 일간 신문의 기사 제목이다.
기사의 내용인 즉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사망자가 늘었다는 이야기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라 짐작해 본다. 그런데 요즘 국내 건설산업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런 볼멘소리가 가당키나 한 건가 싶다. 왜냐하면, 건설산업의 '초라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낯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알려지지 않았던' 또는 '감추고 싶었던'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부정적이라고 하니 반대말은 뭘까 찾아보면 사전에는 없지만,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쓰는 '화장발'이라는 단어가 있다. 의미는 화장을 통해 실제 모습보다 예쁘게 보이는 효과 정도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이 단어도 주로 부정적 의미로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제대로' 감추기 위해 화장을 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산업은 국가 경제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국민의 생활을 위한 주택 공급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성과를 거두었기에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의 반복은 지금까지의 성과나 위상이 그럴싸하게만 보이게 하는 화장발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안전사고를 비롯해 건설산업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업계는 어느 순간부터 공사비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적정공사비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사달이 난 것이라며 충분한 사업비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거라 주장한다. 이는 한편으론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런데, 화장발로 감추어졌던 건설산업의 민낯은 정말 돈 때문이었을까. 만약에 그렇다면 건설산업의 위상이나 가치는 애초에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중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건설산업의 기본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달을 기회일지 모른다. 2009~2010년에 발생한 1000만대 이상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 자동차의 품질과 기술을 원점부터 검토해 극복한 일본 도요타의 사례처럼,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러니, 말로 표현하기도 힘든 민낯을 확인하게 된 것을,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자. 지금은, 위상을 지키기 위한 얄팍한 화장발보다는 부끄러운 민낯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