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뛰어넘을 'K-반도체' 전략] ⑦"지금이 반도체 집중 투자할 때 한국 정부도 보조금 경쟁 나서야"

2023-08-02 05:30
선제적 기술개발·생태계 구축 필요
전문가들, 정부 적극적인 지원 촉구

반도체 전문가들이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선제적 기술·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소재·부품·장비 등 반도체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반도체 관련 글로벌 인센티브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崛起)로 우리나라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으로 시장과 공급망에 변수가 높아진 상황이라 자국 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은 저마다 방향성에 차이가 있으나 지금이 '투자할 시기'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회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이날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진행된 토론에는 반도체 기업 대표와 학계 등 업계 리더들이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 방법론을 논의했다.

해당 토론에서 한 전문가는 현재 반도체 경기가 다소 좋지 않지만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 투자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해당 전문가는 철인 3종 경기에 비유해 "첫 종목에서 앞서 나가다가도 종목이 달라지면 해당 종목에 강한 주자로 선두가 바뀔 수 있다"며 인공지능(AI) 메모리와 같은 차차세대 기술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생태계 발전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팹리스, 위탁생산(파운드리), 소·부·장 등 사슬에 엮인 기업 간 협력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반도체 대기업들은 최근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전보다 더욱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에 120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더욱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경기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3월 발표했다. 클러스터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소·부·장 기업,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등 150곳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반면 정부 측에서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7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과 올해 3월 '국가전략기술 육성전략' 등을 발표하며 정책 지원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정책의 골자는 전력·차량·AI 등 유망 반도체 기술에 대한 예비타당성 사업에 1조4000억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 통과된 '조세특례제한법'(일명 K칩스법)도 대·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투자세액공제율을 확대했다. 그러나 미국과 대만은 기업 규모에 무관하게 최대 25%까지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지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반도체업계 전문가는 "반도체 산업 변혁기에 투자를 늦추기 어려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서도 좀 더 기술 개발이나 생태계 구축에 도움이 될 만한 인센티브를 도입해 글로벌 투자 경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 [사진=용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