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갑부 믿고 투자했다 수십억 날려"...'홍콩빌딩 펀드' 투자자, 원금 받을 방안은?
2023-08-06 10:26
미래에셋증권이 주선했던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 관련 대출 상품에 투자했다가 국내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해를 입은 사건과 관련해 상품 판매사인 국내 시중은행에 불완전 판매 정황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해당 은행 측은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했을 때 빌딩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홍콩 갑부 믿고 투자했는데"···상품보증인 파산에 투자자들 '비상'
6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 당시 1조원 넘는 투자 규모를 기록한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은 한국에서도 대출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골딘파이낸셜홀딩스 최대주주 판수퉁 회장이 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판 회장은 개인 자산이 6조원에 이르는 '홍콩 갑부'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로 선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중순위 대출에 2억43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800억원)를 댔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금 300억원에 나머지 2500억원은 펀드로 만들어 금융사에 재매각했는데 한국투자증권이 400억원, 유진투자증권이 200억원,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투쟁기금 2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우리은행 등에서 1600억원이 넘는 초고액자산가(VVIP) 자금도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은행을 통해 상품을 산 개인투자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보증을 설 당시 판 회장 채무가 이미 어마어마한 상태였다는 얘기도 투자자들 사이에 돌기 시작했다. 한 투자자는 "만약 빌딩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판 회장을 통해 연대 보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투자했는데 판 회장 앞으로 채권 신고가 들어온 게 2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며 "그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판매사는 이러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자율 조정이라는 명목하에 투자자들의 일방적인 손해를 강요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펀드 위험성 미고지 등이 문제 키워···"불완전 판매·'착오' 계약취소 가능"
법조계 일각에선 대출 상품 위험성에 대한 설명이 부실한 상품제안서가 대규모 투자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펀드 판매사가 펀드 판매 시 한 장짜리 간략설명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안내했는데 펀드 위험성에 대한 설명은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성우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애초 고객에게 제시된 상품간략설명서에 의하더라도 상품에 대한 위험성은 사실상 기재돼 있지 않았고, 미래에셋증권이 싱가포르투자청,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자와 함께 국내에서 유일하게 투자자로 참여한 극히 안정적인 딜로 소개됐다"며 "상품 위험성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실했다는 측면에서 불완전 판매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 보강으로 주로 내세운 것이 '개인 자산 약 6조원 규모인 홍콩 부호 판수통이 원리금을 보증한다는 것'인데 펀드 설정 당시 애초 판 회장 채무가 자산을 훨씬 초과하고 있었다면 그리고 이러한 사실이 제대로 기재돼 있었다면 투자자들은 해당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펀드 계약상품 위험성에 대한 중대한 착오로서 계약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골딘파이낸셜빌딩은 홍콩 중심가에 소재한 빌딩이고 판 회장이 보증인으로 참여한 것 등을 고려했을 때 판매사가 기초자산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할 수 없었다"며 "(우리은행이) 투자자산과 보증인이 부실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판매했다면 우리은행 외 다른 투자자들 또한 공동의 불법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이를 인지하고 판매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