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오르는 은행권 예금금리…4%대 정기예금도 속속 등장
한동안 기준금리를 밑돌던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최근 상승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연 4%대 예금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시장에서는 은행채 금리 상승 흐름과 예대율 규제 정상화 등으로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힘을 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예금금리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국내 은행들이 공시한 주요 정기예금(12개월 만기) 39개 상품 가운데 대다수(35개) 상품 최고 금리가 연 3.5%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석 달여 전인 지난 4월 당시 예금상품 절반가량 금리가 3.5%를 밑돌던 상황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연 4%대 정기예금 상품도 내놓았다.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이 우대금리를 더해 최고 연 4.2% 금리를 제공하고 있고 Sh수협은행 'Sh첫만남우대예금'도 최고 연 4.02% 금리를 제공 중이다. 지방은행인 BNK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연 4.00%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예금 만기를 넓혀보면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이 24개월 만기 기준 4.0%, 36개월 기준 4.1%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금리 상향에 동참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369정기예금(12개월 만기)' 금리를 기존 3.2%에서 0.1%포인트 올린 3.3%로 조정했다. 카카오뱅크는 앞서 지난 28일부터 카뱅 정기예금 금리(1~12개월 만기)를 0.1%포인트 높여 3.0~3.3% 수준에서 취급하고 있고 우리은행도 7월 중순부터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적용 이율을 만기에 따라 2.7~2.8% 수준에서 3.0~3.3%로 0.3%포인트 높인 바 있다.
이 같은 은행 예금금리 인상 움직임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3.5%)를 4회 연속 동결한 가운데서도 그 추세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는 시장금리와 함께 은행 자금 조달 금리에 영향을 미쳐 추후 예금금리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데 기준금리는 지난 1월 0.25%포인트 오른 이후 7개월 연속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완화됐던 은행권 예대율 규제가 정상화되면서 은행들이 자금 조달(예금)을 끌어올려야 할 유인이 커졌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 이유를 찾고 있다. 여기에 은행채 금리가 부쩍 올랐다는 점도 은행 예금금리 인상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3.6%에 불과했던 은행채(AAA) 1년물 금리는 이달 3.970%까지 치솟았다. 또한 이달 중 발생한 새마을금고 사태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채권을 팔면서 채권가격 하락(금리 상승)등을 야기해 금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와 같은 예금금리 상승은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쳐 향후 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여지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이달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예고돼 있는 등 주담대 금리가 반등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