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스트리밍만 50억 돌파" 중국 대륙 휩쓴 '노래 한 곡'

2023-07-31 14:33
다오랑 신곡 '나찰해시'…현대사회 비판
CCTV "가창력·가사·작곡 훌륭하다" 극찬
무명가수 출신…2004년 가요계 샛별
음악계 거물 악평에 한동안 모습 안 드러내
'나찰해시'로 귀환…음악계 부조리 비판 의견도

다오랑의 새앨범 '산가요재'. [사진=웨이보]

"그 당나귀는 자기가 당나귀인 줄 모르고, 그 닭은 자기가 닭인 줄 모르네(那馬戶不知道他是一頭驢, 那又鳥不知道他是一只雞).”

최근 중국 대륙을 휩쓴 중국 중년가수 다오랑(刀郎, 52)의 신곡 '뤄차하이스(羅剎海市·나찰해시)'의 가사 일부다. 나찰(羅剎)은 악귀를, 해시(海市)는 신기루를 뜻한다. 흑백이 전도된 혼란한 세상을 풍자한 이 노래는 지난 28일 기준 중국 숏폼(짧은 동영상) 각종 음악 플랫폼 누적 스트리밍 건수만 50억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중국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나찰해시는 다오랑이 지난 19일 발매한 새 앨범 ‘산거랴오짜이(山歌寥哉 산가요재)’에 수록된 곡이다. 열흘 만에 연관 검색량이 6000여 배 뛰며 지난 27일에는 중국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실시간 검색어 2위를 차지했다. 음악차트도 석권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국민가요로 등극한 나찰해시는 현재 QQ뮤직 최신곡·인기곡·스트리밍 순위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나찰해시라는 곡 이름은 중국 청나라 문인 포송령이 지은 고전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수록된 이야기에서 따왔다. 요재지이는 민간에서 전해지는 요괴 괴담을 묶은 단편소설집인데, 이 중 나찰해시는 생김새가 기괴할수록 관직이 높고, 잘생길수록 관직이 낮은 흑백이 전도된 나찰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나찰해시 노래 가사도 명예·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위선·허영이 가득한 현대사회의 부조리함을 풍자한다. “붉은 날개와 푸른 빛 벼슬, 발에 금빛 테두리를 두른 화려한 닭. 하지만 아무리 씻어도 새까만 알에서 태어난 것들은 본디 검다. 아무리 씻어도 더러울 뿐이다” 등과 같은 후렴구 가사가 대표적인 예다. 

중국 국영중앙(CC)TV가 "가창력, 작사, 작곡 모두 뛰어나다. 노래에 짙은 민족적 정서와 독특한 개인 스타일을 모두 담아냈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또 다른 중국 관영매체 앙광망은 "중국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창조한 놀라운 작품"이라며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낸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다오랑은 중국서 적지 않은 풍파를 겪은 가수로 잘 알려졌다.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이어가던 무명 가수 출신인 그는 2004년 초 발표한 ‘2002년의 첫눈(2002年的第一場雪)’이란 앨범으로 단숨에 스타로 등극했다. 

그 앨범에 실렸던 '정인(情人)', '충동적인 징벌(沖動的懲罰)' 등이 인기를 끌며 당시 앨범 공식 판매량만 270만장을 돌파해 중화권 뮤직차트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당시 해적판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판매량 1000만장을 돌파했다고 볼 수 있다. 아무 홍보나 광고 없이 오로지 노래만으로 대박을 터뜨린 것.  같은 해 중국 최고 인기가수 저우제룬(周杰倫)의 앨범 판매량도 260만장이었다.

하지만 당시 중화권 음악계를 주름잡던 거물 4인방,양쿤(楊坤)·나잉(那英·왕펑(汪峰)·가오샤오쑹(高曉松)은 다오랑이 "좋은 가수도, 좋은 작사가도 아니다", "그의 작품은 '음악'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다"라는 등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후 다오랑은 몇 차례 앨범을 더 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고, 차츰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다오랑의 신곡 '나찰해시'가 사실상 과거 그를 비판했던 거물 4인방을 풍자해 '복수'한 것 아니냐며 온갖 추측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다오랑 측은 "일절 평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다오랑 신곡 '나찰해시' 뮤직비디오 [영상출처=유튜브 채널 '艾雪夏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