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22년 만에 5.5%]파월 추가 긴축 시사했으나…시장은 완화에 무게

2023-07-27 13:51
외환시장ㆍ채권시장 긴축 완화 심리 반영

 
[사진=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은 긴축 완화에 베팅하고 나섰다. 달러와 미 국채 금리 모두 하락하기 시작했고 연준에 대한 투자은행(IB)의 전망도 긴축 완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준은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이 그동안 연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한 만큼 이날 뉴욕증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았다. 다우지수는 0.23% 상승하고 S&P500지수와 나스닥은 각각 0.02%, 0.12% 하락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추가 긴축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다음 회의(9월 FOMC)에 금리 인상을 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FOMC는 회의 때마다 결정을 내린다"며 "어느 정도 추가적인 긴축 정책이 필요한 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이후 발표될 경제 및 물가 지표를 감안해 추가 긴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9월 FOMC에 대한 언급도 했다. 그는 "9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회의 때마다 결정을 내릴 것"라고 말했다. 시장에 연준의 긴축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강한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모호한 발언을 선택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 국채시장과 외환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긴축 완화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FOMC 발표 직전 4.91%까지 치솟았다가 4.82%까지 떨어졌다. 국채금리 하락은 기준금리가 조만간 낮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의미다. 경제상황이 크게 반영되는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3.9%에서 3.84%까지 하락했다. 

6대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101을 웃돌던 것이 금리 발표 이후에는 100.6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달러 인덱스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110을 넘어섰으나, 긴축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기대감 속에 그 이후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된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이날 CME페드워치는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78%까지 반영하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IB)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마지막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이 전환점에 도달해 금리 인상이 끝날 것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11월 (FOMC) 회의까지 근원 인플레이션 추세가 결정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준이 두 번째 인상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 외 모건스탠리, RBC 등도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정점으로 봤다. 

이제 시장의 눈길은 잭슨홀 미팅으로 향한다. 이번 파월 의장의 발언이 생각보다 모호하게 나오면서 시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을 주목한다. 로이터 통신은 "시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의 분위기를 파악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다만 이번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자신한 부분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월 의장 등 연준 관계자들이 추가 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제가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 긴축을 단행할 근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