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갈현동 일대 조선 전기 왕실 원찰…道 문화재 지정 추진

2023-07-26 08:42

[사진=성남시]
경기 성남시가 26일 중원구 갈현동 469-1번지 일원에서 발굴한 조선시대 전기 왕실 원찰에 대해 경기도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기로 해 주목된다.

이날 시에 따르면, 주변 토지주가 발견·제보해 이뤄진 최근 2년간의 발굴조사에서 원찰 유적을 확인했다.

원찰은 조선 전기 왕실에서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해 건립한 불교 사찰로, 발굴 조사 결과 원찰은 5738㎡ 규모다.

경사면에 석축으로 3단의 대지(垈地·집터로서의 땅)를 만들어 금당(金堂·절의 본당)을 비롯한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공간) 등의 여러 건물을 배치한 형태였다. 

중정(中庭·뜰), 회랑(回廊·지붕 달린 복도), 박석(薄石·바닥에 얇게 깐 돌), 보도(步道·사람이 다니는 길) 등의 시설도 설치돼 있었다.

원찰의 동쪽과 회랑 주변에는 배수시설이 설치돼 있었고, 판석에 구멍을 뚫어 만든 집수구(도랑)는 경복·창덕궁 등의 궁궐과 양주 회암사지에서 확인된 사례와 유사했다. 
 
[사진=성남시]
원찰 서쪽 가장자리에서는 기와를 굽는 가마도 발견됐다.

원찰 터에선 유물도 출토됐다. 조선시대 전기에 왕실과 관련된 건물에서만 사용할 수 있던 △용머리 모양의 장식 기와인 취두(鷲頭)와 용두(龍頭) △마루 장식 기와인 잡상(雜像) △서까래 보호·장식 기와인 토수(吐首) △청기와 △마연(磨硏) 기와 △용·봉황문 막새기와 등이다.

사찰이었음을 알 수 있는 연화문(蓮花紋·연꽃무늬)·범문(梵文)·‘만(卍)’자가 새겨진 막새기와도 출토됐다. 

시는 사찰 터의 건물구조 배치 양상과 출토유물을 볼 때 고려시대부터 존재하던 사찰을 조선시대 전기에 크게 새로 고쳐 왕실의 원찰로 삼았다가 오래 유지되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시 관계자는 “원찰은 조사 사례가 흔하지 않은 소중한 역사적 자료”라면서 “보다 체계적인 보관·관리를 위해 다음 달 중 경기도에 문화재 지정 신청서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