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의 M&A병법 36계] 전세가 불리하면 일단 후퇴하고 다음 기회를 노려라

2023-07-25 20:32
제36계 주위상(走爲上)의 전략
대구백화점과 CNH의 경영권 분쟁 손익계산서

[성보경 프론티어 M&A 회장]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으로 시장의 글로벌화를 지향하던 세계화는 중단되고, 다시 신냉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면서, 중국의 경제력은 일취월장했다. 2010년에는 중국의 GDP가 일본을 능가하여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그 결과 미국과 중국이 차세대 글로벌 패권을 두고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응전이 정치, 경제, 군사, 외교,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의 모든 분야에서 대결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혹독했던 전쟁의 세기가 끝나고 21세기는 평화와 번영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으로 세계경제는 다시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회를 붙잡아야 하지만, 수도 없이 밀려오는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경영을 하다 보면 위기와 기회는 수도 없이 반복되고 정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흔들리지 않고 성장하는 기업은 없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전쟁을 하며 세계시장에 무역장벽을 설치하는 한 다수의 한국기업들은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수습하는 것이다. 한국기업들은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수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몰려오는 위기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무조건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상책인 것이다. 그리고 기업구조조정의 명분을 갖기 위해서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과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경영전략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어려우면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대결이라도 활성화시켜, 주식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와 외국자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유치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본래 후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M&A병법인 것이다.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에서 쌓은 전략과 전술은 후에 중요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판단하는 것 중의 하나가 M&A에 실패한 사람을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로 평가하는 것이다. 초보자는 적대적 M&A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지 적대적 M&A에 실패한 사람이 아니다. 적대적 M&A에 실패하였다고 해도 몇 가지 계책을 사용하면 다시 공격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갖가지 계책을 곳곳에 숨겨 놓는 것이다. 적대적 M&A에 패하였어도 다시 공격할 수 있는 계책을 곳곳에 숨겨 놓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적대적 M&A에 실패한 후에 다시 공격할 수 있는 계책으로는 “옹졸한 군주는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죽이고, 상대를 격파하고 나면 신하를 죽인다”는 교훈이다. 경영권 분쟁을 치르고 나면 적대적 M&A에 참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지배주주에 대한 약점과 법적인 문제점 그리고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알게 된다. 이것은 지배주주에게 치명적인 문제다. 때문에 주위상의 계책을 사용할 경우 상대방과 협상을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책이다. 주의할 점은 협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지체 없이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협상 기술 중에서 협상을 진행하다 무익하다고 판단되면 냉정하게 멈추고 나오는 것을 최고로 친다.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였다고 하여도 사후관리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첫째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매집한 주식이나 의결권을 처리하는 문제, 둘째로 주식매입이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조달한 자금 및 비용을 상환하는 문제, 셋째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경영진을 교체하는 문제, 넷째로 무너져 있는 조직을 재정비하는 문제, 다섯째로 경영권 분쟁으로 후유증이 심각한 대상기업을 성장시킬 방법을 찾는 문제 등 승리자도 사후수습은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주위상의 계책은 상대방도 후유증을 극복하는데 필요로 한다. 그래서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 보면 나아가고 멈추고 물러서야 할 때가 다양하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적대적 M&A에 실패했다면 보유지분을 모두 시장에서 매각하거나 제3의 투자가에게 매매를 하고 빠져 나와야 한다.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숨길 수 있다면 다시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후일을 기약하는 트로이 목마와 같은 주위상 전략이다.
참고로, M&A전략을 실행하는 경영자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한다면, 첫 번째로,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적절한 M&A기법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M&A전략은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경기성장기에는 중소규모의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경기성숙기에는 경쟁자의 숫자를 줄여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경쟁기업간 합병 전략을, 경기후퇴기에는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핵심분야가 아닌 분야를 정리하는 기업분할전략을 선호하고, 경기 침체기에는 부실자산과 부채를 저렴한 가격에 인수하여 구조조정하는 벌처 펀드형 전략을 주로 사용해야 한다.
두 번째로, M&A에 사용되는 자금을 조달할 때 신중을 기하라는 것이다. 국제투자금융시장에서 M&A에 사용되는 자금의 종류는 다양하다. 투자금융의 종류에 따라서 금리, 조달규모, 상환기간, 성공보수, 조달조건, 권리, 조달수수료, 옵션, 보증수익, 상환보증 등 자금조달에 따른 조건이 모두 다르다. 한국경영자들은 비교적 조달이 쉬운 LBO(차입매수)금융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LBO금융은 자금조달이 쉽지만 자금조달에 소요되는 비용이 크다. 때문에 조달비용이 높고 상환의무기간이 짧은 LBO금융은 대상기업을 M&A하여 직접 경영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투자가에게는 부적합한 금융이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 되팔아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나 기업사냥꾼들에게는 효율적인 투자금융이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기업의 내부에 M&A를 총괄할 수 있는 전문가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M&A는 대상기업을 선정하는 것을 비롯하여 M&A의 진행과정 그리고 M&A를 완료한 후에 사후관리를 하는 것까지 전 과정에 걸쳐 매우 전문적인 협상과 관리가 필요한 분야이다. 특히, M&A전 과정에서 체결하는 각종의 계약서에 대한 검토, 대상기업에 대한 비밀유지사항의 준수, 대상기업에 대한 정밀실사 및 분석을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 대상기업의 사후관리를 위한 통합작업의 추진 등을 모두 외부전문가들에게 의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M&A는 추진과정에서 돌출변수들이 수시로 발생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모두 내부의 최고결정권자들의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부에 전문가가 없으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네 번째로, 대상기업에 대한 정밀실사를 통해 M&A후에 활용할 수 있는 성장전략을 짜라는 것이다. 대상기업에 대한 정밀실사(Due Diligence Check)의 과정은 기업의 현재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가치까지도 평가해야 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능숙한 M&A전문가들은 정밀실사의 과정을 통해 M&A후의 사후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M&A과정에서 축적된 정보와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M&A 대상기업에 대한 관리자료로 삼고, M&A참가자에 대한 평가자료로도 활용한다.
다섯 번째로, M&A투자자는 협상 초기에 M&A목적을 노출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동일한 정보를 가지고 전달하는 내용을 달리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한국기업들이 국제M&A시장에서 열세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의 역할을 분석하지 않고, M&A목적을 너무 쉽게, 너무 빠르게 노출시키는데 원인이 있다.
여섯 번째로, 각국의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과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언론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전세계를 상대로 한 M&A는 해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큰 해외투자가를 유치하는 일이다. M&A는 각종의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으로 장식된다. 이것은 기업을 광고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다.
일곱 번째로, M&A를 통해 재무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동시에 추구하라는 것이다. “M&A는 많은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투자가를 유치하며, 투자가는 M&A후에 다시 매각할 수 있는 가격과의 차익을 바탕으로 인수가격을 보수적으로 평가한다”는 말은 M&A에서 가장 유용한 말이다. M&A전략을 통해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한 GE의 M&A방식은 재무이익과 M&A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 대부분은 적극적으로 M&A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M&A는 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것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M&A전략을 활용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키지 않고 진행한다면 오히려 많은 위험에 노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적대적 M&A 방식으로 대상기업의 경영권을 빼앗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어렵기 때문에 실패의 확률도 높다. 하지만 실패한 것을 어떻게 수습하는가에 따라 기회가 다르게 나타난다. 대상기업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것이 현재는 어렵더라도 미래에 성공하면 된다. 아무리 뛰어난 M&A전략가라 하더라도 적대적 M&A에서 항상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가 확실해지면, 공격을 계속하는지 아니면 포기한 것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경영권 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여 수습할 수 있게 된다.
2013년에 필자가 M&A전략가로 참여했던 대구백화점의 경영권 방어사례 소개하면, 대구백화점의 경영권을 공격했던 여신금융 지주회사 CNH측은 패배가 확실해지자 협상을 통해 대구백화점이 자사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하게 만들어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경영권 분쟁을 수습해본 경험이 없었던 대구백화점 측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종료시키는 것에만 몰두하여 자사주 공개매수를 함으로써,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큰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CNH측은 경영권 탈취에는 실패했지만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고, 대구백화점은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전쟁의 전리품을 확보하는데 실패했고, 너무 많은 분쟁 비용을 쏟아 부어 오랫동안 후유증을 겪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필자가 대구백화점의 경영권 방어를 총괄 지휘하여,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영권 분쟁의 해결사례에 속한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