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못 지키는 '학생인권조례' 개정 움직임...'교권 보호' 외국 사례는

2023-07-25 15:12
교육부, 25일부터 나흘간 서이초 사건 합동조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재발방지 대책 교사 의견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년 차 신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으로 교육계에선 더 늦기 전에 교권 추락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적용할 생활지도 지침과 학습권을 침해한 학생을 교실과 분리하는 '타임아웃제' 도입 등 교권 보호를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교육부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시교육청과 서울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 5명으로 꾸린 합동조사단을 서이초등학교에 보내 숨진 교사 사망 원인을 집중 조사한다. 애초 전날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서이초 교사들에 대한 심리·정서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날로 연기했다.
 
교사 못 지키는 '학생인권조례' 개정 움직임

교육당국과 경찰 조사가 일제히 시작됐지만 일선 교사들은 사고 원인 규명뿐 아니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서이초 사건을 개인의 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성토한다.

교육당국도 움직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각각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명시했다. 8월 중엔 구체적인 생활지도 범위가 명시된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학생인권조례 개정에도 나설 방침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과 자유, 권리를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2010년 진보 성향 교육감들 주도 아래 처음 도입돼 서울·인천·경기·광주·전라·충남·제주 등 총 7개 지자체가 시행 중이다.

전국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등도 학생인권조례가 부작용이 있다고 판단하고, 조례 개정을 검토하거나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학생 개인의 권리 보호 중심인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모든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면 개정하겠다"고 했다. 
 
미국, 교사 생활지도에 '면책권' 부여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선 선진국처럼 면책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한 교사는 "교사에겐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도 '업무 시간'"이라며 "사실상 교육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예고 없이 학부모가 교사를 찾아와 폭력적인 언행을 하는 건 교육 활동을 침해받는 일이고, 선진국에선 그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와 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에선 교권 보호를 정부와 지자체 등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교사보호법(Teacher Protection Act)에 의해 교사 생활지도에 면책권을 부여하고 있다. 교사 폭행 등 교권 침해가 발생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다. 

영국도 교사의 타당한 처벌 권고지침을 교육법에 적용하고 있다. 2006년과 2011년 교육법 개정으로 교권의 법적 근거가 크게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교 방침을 가볍게 여기거나, 교육적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학생에게 교사는 훈육적 처벌을 내릴 법적 권한이 있다. 독일도 교권보호를 위한 교사위원회를 두고,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국가나 지역사회 책임으로 이양한다.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현재 국회 교육상임위원회엔 7개 법안(교원지위법 개정안 5개, 초·중등교육법 2개)이 계류돼 있다"며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진 법안에 대해선 조속히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권 침해 행위의 생활기록부 기록 문제 등 교원지위법 개정 문제로 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캐나다 앨버타주 등에서 시행 중인 타임아웃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타임아웃제는 수업을 방해하거나 다른 학생들 학습권을 침해한 학생을 교실과 분리하는 것이다. 크게 참여형 타임아웃과 배제형 타임아웃으로 나뉜다. 참여형은 해당 학생을 수업 활동엔 참여시키는 것이다. 배제형은 도서관이나 음악실 등 다른 공간에 분리하는 방식이다.

서울교사노조 관계자는 "타임아웃제 시행으로 교사의 지도 행위가 아동학대 혐의로 공격받을 수 있는 부작용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