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항구 폭격에 밀값 출렁…"육로·강, 바닷길 대체 불가"
2023-07-21 14:11
사흘간 공격으로 곡물 시장 중장기 피해
도로·철도 등 육로, 이웃국 반발 부담
폭염에 강 수위도 낮아져…바닷길 대체 불가
도로·철도 등 육로, 이웃국 반발 부담
폭염에 강 수위도 낮아져…바닷길 대체 불가
러시아가 사흘 연속 우크라이나 항구를 폭격하면서 세계 밀값이 출렁이고 있다. 흑해 연안 항구도시 오데사와 인근 미콜라이우에 러시아군이 집중공격을 퍼붓는 것은 곡물값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이번 공격으로 약 6만톤(t)에 달하는 곡물이 불에 탔고, 주요 곡물 저장 시설이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최대 해바라기 생산업체인 커넬(Kernel)은 손상된 곡물 저장고를 포함한 관련 시설을 복구하는 데 1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사흘간의 공격이 곡물 시장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것이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중장기적으로 곡물 가격을 쥐고 흔들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2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지난 17일 흑해 곡물 협정 참여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후 세계 밀 가격 벤치마크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밀 선물 가격은 11% 넘게 급등했다. ‘유럽의 빵 공장’으로 통하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공급이 줄며, 식량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 것이란 우려가 가격을 밀어 올렸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공급의 10%, 옥수수 공급의 10~15%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제 바닷길이 막히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다시 막혔다. 곡물 업계는 튀르키예 해군의 도움을 받거나, 화주에 보험을 제공하는 식으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계속되길 희망했지만, 러시아의 강경한 태도는 이러한 희망을 산산조각냈다. 러시아는 최근 흑해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군사적 위협으로 취급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바닷길을 원천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도로 및 철도 등 육로 및 강을 통해서 한 달에 최대 350만t에 달하는 곡물을 수출할 수 있다. 지난 6월 우크라이나가 수출한 곡물 500만t 가운데 300만t이 이러한 방식으로 세계에 팔렸다.
더구나 폭염이 유럽을 강타하면서 다뉴브강의 수위가 7월 평균 대비 40% 가까이 낮아진 점은 강을 통한 곡물 수송 역시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캐나다의 밀 생산량이 반등하고 브라질이 올해 기록적인 옥수수 생산량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은 공급 부족을 상쇄할 수 있다. 밀과 옥수수 가격이 최근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다.
그러나 공급 집중도가 높아질수록 시장은 추가 충격에 더욱 취약해진다. 상품 분석 업체 케이플러(Kpler)는 브라질이 2022~2023년에 세계 옥수수 공급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브라질이 세계 옥수수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았다. 밀도 마찬가지다. 미국, 호주, 캐나다, EU, 러시아가 세계 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더구나 이상기후로 아르헨티나, EU 각국의 곡물 생산량이 잇달아 하향 조정되고 있는 데다가 중국 농산물 수입 규모가 반등하는 상황도 부담이다. 유가 급등으로 미국은 옥수수 등으로 추출한 바이오연료 수요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폭격은 아직 세계 밀 시장을 불태우지 않았다”며 곡물 시장에서 중장기적인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