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전쟁發 식량위기 심화에...中, 바다 먹거리로 곳간 채운다

2023-07-19 09:49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원해 양식 선박 '궈신(國信) 1호' [사진=웨이보]
“육지뿐만 아니라 ‘바다 곳간’도 두둑이 하라.”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광둥성 잔장시 둥하이다오에 있는 양식 기지를 시찰할 때 한 말이다.
 
시 주석은 ‘식량 안보’를 올해 6대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중국 농업농촌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32년까지 식량 수요의 90% 이상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밥줄’을 완전히 보호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 코로나19 대유행과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식량 자원의 중요성이 부각하면서다. 
 
최근 식량 위기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들은 전 세계적으로 폭염·산불·가뭄·폭우 등 각종 이상기후가 발생하면서 동시다발적 흉작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하면서 밀과 옥수수 등 각종 곡물 선물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자급률 감소 위기로 식량 안보 고삐
식량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은 지난해부터 숲을 갈아 농지로 만드는 ‘퇴림환경(退林還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경작지가 꾸준히 줄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쓰촨성은 342억 위안(약 6조억원)을 투자해 만든 청두 외곽 100㎞에 걸친 생태공원을 뒤엎어 농경지로 만들고 있고, 허난성은 곡물 재배를 위해 숲과 과수원 평지를 갈아엎었다.

일부 지역은 산비탈 마른 땅에까지 벼를 심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눈물겨운 노력에도 뛰어넘을 수 없는 게 주어진 자원의 한계다. 중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18%를 차지하고 있지만, 농경지는 7%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농경지가 두 배 이상 부족하다. 수자원도 세계 평균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있는 농경지도 물 부족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식량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두잉 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국장은 중국의 식량 자급률은 2000년 101.8%에서 2020년 76.8%로 떨어졌으며, 2035년에는 65%까지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식량 ‘자급자족’을 실현하기 위한 중국의 식량 안보 전략은 농업에서 어업으로까지 확장됐다. 밭을 일구는 것만으로는 중국의 14억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주목할 것은 중국 어업 발전의 핵심은 연해·근해가 아닌 원해·심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지난달 중국 농업농촌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과학기술부 등 8개 부처가 공동으로 발표한 ‘원해·심해 양식 발전에 대한 지도의견'은 어업이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원이 될 수 있도록 원해 양식 선박 및 심해 가두리양식을 대폭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에 대해 “식량 공급에 있어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은 국가 자본의 전폭적 지원하에 더 대담하고 혁신적인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어업으로 확대된 '밥줄' 사수...원해 양식 선박 개발 박차
중국이 연·근해 양식을 포기하고 원해 양식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한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과도한 어업활동으로 인한 해양 자원 부족 현상과, 바다 녹조와 어류 집단 폐사 등 해양생태계 피해가 두드러지면서 어업 활동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2017년부터 근해에서의 어업활동을 제한하고 선박 수를 줄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2022 세계 어업·양식업 동향’에 따르면 2017~2020년 중국의 연·근해 어업량은 3분의1이 감소했고, 선박 수는 47% 감소했다.
 
이에 더해 중국은 양식장 사육밀도가 세계 평균을 훨씬 웃돈다. 기존 양식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원해 양식이라는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시 주석의 ‘바다 곳간’ 육성 프로젝트는 벌써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국 내 최대규모의 반잠수식 원해 양식 선박 ‘닝더(寧德)1호'가 푸젠성 인근 해역에서 출항했다. 닝더 1호는 자동 사료투입, 해수기온 관측, 정보화시스템, 산소증량시스템, 풍력 태양광 발전 시스템 등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연간 1억2000만 위안 규모 수준의 조기를 수확할 전망이다.

지난해 공개돼 운항을 시작한 대형 양식 선박 '궈신(國信) 1호'는 최근 운항 1주년을 맞이했다. 궈신 1호는 길이 249.9m, 배수량 13만 톤, 적재량은 10만 톤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양식선이다. 선박 내부에는 15개의 양식장이 있는데, 수영장 36개 크기로 9만㎥의 물을 채울 수 있다. 또한 선박 내부에 가공 설비를 갖추고 있어 진공 포장, 급속 냉동이 가능하다.
 
'궈신(國信) 1호'의 내부 양식장 모습 [사진=웨이보]
원해 양식 선박은 먼바다를 떠다니며 양식을 하기 때문에 해양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고 자연재해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온의 영향 등을 줄여 양식어 생존율 역시 높다. 쉬하오 중국 수산과학연구원 어업기계연구소 소장은 “원해 양식 선박은 양식장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물고기 성장에 적합한 최적의 수온을 찾아 다닐 수 있다”며 “밀폐된 물탱크로 된 양식장이다 보니 가두리 양식보다 오염 및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점 역시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과제는 수익성 
다만 원해 양식 선박은 아직 투입 초기 단계로 풀어야 할 과제 역시 남아있다. 가장 시급한 건 수익성 문제다. 궈신 1호 제작에는 약 4억5000만 위안이 투입됐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궈신 1호의 민어 생산량은 1200톤에 그쳤다. 설계된 생산 능력 3700톤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그럼에도 쉬 소장은 이에 대해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투자회수기간을 10년으로 예상했고, 지난 1년 동안의 생산량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오히려 8~9년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양식된 물고기의 생존율 역시 예상치였던 85%를 훨씬 뛰어넘어 95%에 달했다.
 
현재 중국 원해 양식은 대부분 국가 자본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민간 자본을 더 끌어들여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최근 우주 강대국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중국의 우주 산업 역시 민간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시 주석의 ‘바다 곳간’ 프로젝트가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세금 감면, 보조금 같은 혜택을 도입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며 “어떤 종을 번식시킬 것인지 또한 주의 깊게 연구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