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시장 쪼그라드는데 업체수는 되레 늘었다
2023-07-18 15:06
5년간 신용대출 6조 줄 때 800곳 늘어
담보대출 중심 소형사 난립 현상 심화
불법 추심 가능성 커져 대책 마련 시급
담보대출 중심 소형사 난립 현상 심화
불법 추심 가능성 커져 대책 마련 시급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또는 지자체에 등록한 전체 등록 대부업자 수는 2017년 말 8084곳에서 작년 말 8818곳으로 5년 새 800곳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이들 업체가 취급하는 신용대출액은 같은 기간 동안 12조6026억원에서 6조963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위축된 사업 환경이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까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고, 산와대부(산와머니) 등 대형업체들은 잇따라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이 틈을 타 소형 자본의 영세업체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대부업 ‘난립 현상’이 한층 심화했다. 올 연말에 1위 업체인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까지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 이러한 흐름에는 한층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부업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현재 전체 대부업체 중 69%가 개인대부업자(6053곳)인데, 이들 중에는 별다른 경영지침 없이 업체를 운영 중인 경우도 상당수다. 그만큼 이용자에 대한 불법 채심 행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동안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채권추심 관련 피해상담‧신고 건수는 902건으로 작년 동기(461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 업체가 상대적 안전 자산인 담보대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 중인 것도 문제다. 대부업체의 담보대출 잔액은 2017년 말 3조8988억원에서 작년 말 8조9048억원으로 5조원 넘게 급증했다. 신용대출에서 줄어든 취급액이 고스란히 담보대출로 옮겨 간 셈이다. 이후 ‘금융소외계층’ 제도권 보호라는 대부업 도입 취지가 사실상 무색해진 상황이다.
난립한 업체들이 수익성 보존 차원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신용대출 취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같은 기간 대부업 총 이용자는 249만5000명에서 98만9000명까지 위축됐다.
이로 인해 금융소외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흐름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앞서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해 제도권 대출이 거절돼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 저신용자가 최대 7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에 우수 대부업체에 한해 은행권 자금 조달 통로를 열어주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경우 대부업체의 조달비용 부담은 4%포인트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만한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이 제도를 활성화하려면) 시중은행들이 우수 대부업체에 대출해주는 실적을 서민금융 지원 실적에 간접적으로라도 포함하도록 하는 식의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