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 후보 명단 안 밝혔지만… 차상균 등 AI 전문가 대거 도전장

2023-07-13 18:00
KT 차기 대표 공모에 외부 인사 27명 후보군 이름 올려...명단은 비공개
차기 대표 선정 위한 인선자문단 구성...평가 토대로 이사회가 최종 결정
차상균·배순민 등 지난 2월 없던 새 대표 도전자들, 정치권·관료들도 문 두드려
대표 공백으로 기업 경쟁력 하락 우려...검찰 수사 회사 정상화 변수로

[사진=아주경제DB]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 공개모집(공모)에 지원한 인사들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2~3월 진행한 공모에 지원한 인사는 모두 공개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주주들이 주인인 소유 분산 기업이자 재계 순위 12위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에 어울리지 않는 '깜깜이' 행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외부 인사 27명 각축···명단은 비공개

KT는 지난 4일부터 12일 오후 6시까지 차기 대표 공모를 진행한 결과 총 20명이 지원했다고 13일 밝혔다. 0.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와 외부 전문기관은 후보를 각각 1명, 6명 추천했다. 이를 토대로 총 27명을 사외 대표 후보군으로 지정했다. 이사회는 지난 4일 KT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면서 공모와 함께 주주·외부 전문기관 추천 등 방식으로 사외 대표 후보군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2년 넘게 KT그룹에 재직했으면서 부사장급 이상인 임원 중 경영 전문성과 사업 이해도를 갖춘 인물을 사내 대표 후보군으로 구성하고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 돌입한다. 다만 현재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은 심사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이번 대표 후보에 참여하지 않고 선임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박 직무대행은 KT 경영 안정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사추위는 대표 후보 심사에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경영 전문성 △산업 전문성 △리더십·커뮤니케이션 분야 외부 전문가들로 대표 인선자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인선자문단은 사내·외 대표 후보군에 대해 서류 평가 의견을 사추위에 전달하고, 사추위는 인선자문단 의견을 참고해 대표 후보를 압축할 계획이다. 이는 'KT 새 지배구조 구축 TF' 측 개선 권고안을 이사회가 받아들인 데 따른 행보다. KT는 이번에 구성된 사내·외 대표 후보군에 대한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8월 첫째 주 최종 1인을 확정할 계획이며 해당 후보는 8월 말 주주총회를 통해 KT 차기 대표로 최종 선임된다. 차기 대표는 이르면 9월부터 KT 정상화를 위한 업무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된다. 

이사회는 이날 오전 이사회·위원회 구성에 대해 논의하고 이사회 의장을 김용헌 이사에서 윤종수 이사로 바꾸기로 했다. 윤 이사는 전 환경부 차관으로 현재 김앤장 상근 고문을 맡고 있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에는 이승훈 이사를 신규로 선임했다.

또 이사회는 차기 대표 공모에 지원한 KT 사내·외 인사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KT 관계자는 "KT 차기 대표 지원자들이 외부 시선에 따른 부담감을 느끼는 것을 막고 외부 개입 없이 공정하게 차기 대표를 선임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T가 올해 초 이사회 자리를 보호하는 '참호구축(塹壕構築·Entrenchment)' 등 문제로 1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정부의 압박을 받은 후 차기 대표 선정 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과 반대되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지속해서 문제 제기하는 것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번 KT 대표 선임 절차는 포스코나 KT&G 등 다른 소유 분산 기업 대표 선임 절차에 선례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소유 분산 기업의 대표 등 경영진 선임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KT 대표 선임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지 않게 KT 이사회가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다.

◆AI 전문가들 차기 대표에 도전장 내밀어···정치권·전직 임원 등도

이사회는 차기 대표 후보자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KT 안팎 소식통 등에 의해 일부 공모 지원자 명단은 밝혀지고 있다.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공모에 정치권·관료 출신 인사와 전·현직 KT 임원 등이 대거 지원했다. 특히 이번 공모에는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학장 △배순민 KT 융합기술원 AI2XL 연구소장(상무)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등 지난 2월 공모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뉴 페이스' 대표 지원자가 등장해 업계 이목이 쏠린다. 

차상균 교수는 과거 7년 동안 KT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KT와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인공지능(AI)·데이터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로서 인메모리 DB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해 글로벌 IT 기업 SAP에 매각하는 등 기업 경영·실무 관련 경험이 풍부한 게 강점이다. KT를 포함한 소유 분산 기업이 대한민국 경제와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백본(중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경영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순민 상무는 KT 초거대 AI '믿음' 연구개발을 지휘하는 인물로 1980년대생 젊은 피를 KT에 수혈할 것으로 기대된다. KT 사내 후보자 공모는 원래 전무 이상 직급을 보유한 인사를 대상으로 하지만 배 상무는 KT 주주 추천을 통해 대표 지원자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KT 이사회는 배 상무에 대해 차기 대표 지원 자격 여부를 한 번 더 심사해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이 밖에 △김성태 전 새누리당 의원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 △김기열 전 KTF 부사장 △최두환 전 포스코ICT(현 포스코DX) 대표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등이 지난 2월 공모에 이어 이번 공모에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전 의원은 한국정보화진흥원장과 20대 국회 새누리당(국민의힘) 비례대표를 지낸 인물로 과방위 간사로 일하며 단말기 자급제를 시행하는 등 통신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2021년 윤석열 국민캠프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현 정부와 연결고리도 끈끈하다. 권 전 의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 출신으로 KT와 KT하이텔 상무, KT네트웍스 전무 등을 지내 KT 사정에 밝은 게 강점이다. 다만 2010년 KT를 떠나면서 회사와 인연이 10년 넘게 끊어졌다.

김기열 전 KTF 부사장은 기독교계 원로인 김장환 목사 조카로 윤석열 대통령 중앙선거대책본부 산하 동서화합미래위원회 ICT희망운동본부장으로 활동하며 정부·여권과 관계를 쌓았다. 기술고시 15회 출신으로 KT 인재개발원장·감사실장과 KTF 경영지원부문장 부사장(사장대행) 등 KT와 KTF를 오가며 경력을 쌓은 만큼 정치권 낙하산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윤 전 차관은 30년간 KT에 근무하고 신성장사업부문장(부사장)을 역임했다. 재임 시절 IPTV 등 KT 미래 먹거리 확보에 주력했고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을 거쳐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을 지냈다.

◆반년간 대표 공백으로 기업 경쟁력 하락···KT 정상화 시급

이번 대표 후보자 공모는 올 하반기 KT그룹 정상화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KT그룹은 차기 대표로 내정된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사장 등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올해 초부터 반년 넘게 리더십 공백에 시달렸다.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종욱 사장을 대표 직무대행으로 세웠지만 현상 유지만 할 뿐 재계 순위 12위인 KT그룹을 이끌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일례로 KT는 올해 전무급 이상 정기 임원 인사를 하지 못하고 단기 재계약만 하고 있다. 경쟁사가 알뜰폰 가입자 회선 확보를 위해 보조금을 뿌려 '알뜰폰 0원 요금제' 대란을 촉발했을 때도 관련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관망했다. 7월부터 시작하는 게 관례였던 임단협도 일러야 9월 이후로 미뤄진 만큼 이에 대한 직원들 불만도 커지고 있다. 모두 대표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다. 그 반동으로 한때 주당 4만원을 넘보던 KT 주가는 3만원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다만 검찰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기존 KT 경영진을 정조준하고 있는 점은 KT그룹 정상화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배임증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황욱정 KDFS 대표와 KT 본사·자회사 임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황 대표는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하고 KT 임원들에게 법인카드를 내주는 방식으로 한 사람에게 뒷돈을 최대 7000만원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황 대표가 조성한 비자금이 구현모·남중수 등 전 KT 경영진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박 직무대행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KDFS는 2020년 연 매출이 400억원대였지만 구현모 전 대표가 취임한 후 건물관리 일감을 몰아받으면서 지난해 매출이 847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따라서 차기 대표는 6G, 초거대 AI, 미디어, 마이데이터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사업보다는 당분간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 다잡기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월에 취임해 3년간 재직하는 다른 시기 KT 대표보다 임기가 반년가량 짧은 만큼 독자적인 경영 전략을 추진하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KT그룹 전체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