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파업'에 현대차 울산공장 멈췄다

2023-07-13 05:40
계열사 부품 노조, 민노총 총파업 동참
울산공장 가동 중단, 생산 차질 불가피
국내 1~3차 협력사도 피해 잇따를 전망

현대자동차에 이어 계열 부품사 노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대회에 동참하면서 울산공장 가동에 제동이 걸렸다. 앞으로 임단협 기간 부분파업이 총파업으로 확대되면 수천 대에 이르는 자동차 생산 차질은 물론 수출 국가에 차를 공급하는 데도 발목을 잡힐 수 있다. 국내 1~3차 협력사 피해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명분 없는 파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현대차그룹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최대 지부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이날 총 4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오전 출근조원은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오후 출근조원은 오후 10시 10분부터 다음 날 0시 10분까지 일터를 떠난다.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에 합류한 것은 5년 만이다. 이날 4시간 부분파업으로 2000대가량 자동차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현대차 계열 부품사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생산 차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 생산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모트라스 조합원들은 주야간 4시간씩 총 8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통합 계열사 2곳이 새롭게 출범한 이래 첫 파업이다. 모트라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섀시와 PE 모듈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현대차는 울산 1공장과 3공장 라인을 멈췄다. 

이날 파업은 '윤석열 정부 퇴진'을 목표로 한 정치파업이다. 쟁의권 없이 민노총의 정치적 파업 동참에 따른 불법파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쟁위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노조와 임금·단체협상에서 조합원 가족 건강검진 지원 확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일하고 싶은 일터 환경 조성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남은 교섭 기간에 언제든지 파업 카드를 또 꺼내들 수 있다.

최근 한국 경제 버팀목인 자동차산업이 파업 리스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올 상반기 자동차 수출액은 356억5000만 달러, 수출 비중은 11.6%로 성장했다. 수출 비중 두 자릿수를 넘는 품목은 반도체 외에 자동차가 유일하다. 자동차 수출이 수년 새 날개를 단 것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친환경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이 외국 시장에서 인정받은 덕이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0.8% 늘어난 208만1462대를 팔았다. 기아는 11% 늘어난 157만5920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역대급 실적도 기대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 2분기 영업이익은 3조608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현대차그룹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과 함께 대내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강성 노조 이미지는 자동차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5위 업체에 오르며 전사가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매년 이어지는 파업은 성장 기회를 놓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지침에 의한 불법 정치파업인 만큼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며 "파업 참가자에 대해서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12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