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人사이트] 이재용 회장 '선밸리 모임'에 7년째 발길 끊었다…무슨 일?

2023-07-15 06:00

세계 미디어·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의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가 지난 11일 개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각별히 챙기는 행사여서 올해 그의 참석 여부에 시선이 집중됐지만, 또 한 번 불참 소식을 전했다. 삼성이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는 등 그룹의 부정 이슈가 터지면서 2016년을 마지막으로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선밸리 콘퍼런스는 이달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아이다호주의 휴양지 선밸리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미국 투자은행인 앨런&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글로벌 비즈니스 회의다. IT와 투자 업계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자리여서 '억만장자 사교 클럽'이라고도 불린다. 올해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이 주요 참석자로 이름을 올렸다.

재계에서는 선밸리 콘퍼런스 개최 전부터 이 회장의 참석 여부가 뜨거운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7년부터 이 모임에 발길을 끊었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수감되는 등 발이 묶이면서 모임 참석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나면서 이 회장의 모임 참석도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올해로 7년째 선밸리 모임을 찾지 않으면서 그의 불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모임 일정하고 겹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달 이 회장의 재판 일정은 7일과 21일로 잡혀 있다. 

특히 현재 삼성의 경영시계는 글로벌 협력이 관건인데 이 회장이 모임 참석에 적극 나서지 않은 점도 재계는 의아해 하는 부분이다. 선밸리 모임은 사교 모임의 성격도 있지만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M&A나 협력 체계 등이 논의되는 자리기도 하다.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 M&A가 필요한 상황이다.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를 제치고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이라는 목표와 이 회장 취임 후 공언한 M&A 현실화를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는 2017년 초 미국 전장 기업 하만 인수를 마지막으로 멈춰 있다.

투자 여력은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삼성은 향후 5년간 국내 360조원을 비롯해 총 45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2대 첨단산업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 IT분야 위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바이오가 성장이 기대되는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의 선밸리 모임 불참은 아직 끝나지 않은 재판이 걸림돌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현재 출국하기 위해서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관련 1심 재판에도 매주 출석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1심만 1년 6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 재판이 대법원까지 올라갈 경우를 가정하면 최소 3~4년은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선밸리 콘퍼런스가 사교 클럽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최근 수년 동안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참석하는 건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국익 관점에서 중요한 경제사절단이나 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