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 "은행권 TF, 문제진단부터 잘못됐다"

2023-07-13 00:01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금융경제연구소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권 돈 잔치' 한마디로 시작된 은행권 경쟁 촉진 논의가 최근 마무리됐다. 금융당국은 30여 년 굳어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과점 체제를 깰 메기로 DGB대구은행을 제시했다.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단시일에 안정적이고 실효성 있는 경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빅블러(업종·서비스 등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 현상이 금융산업은 물론 은행권 경쟁에서도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진입이 얼마나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현 은행권 경쟁 체제에 대한 보다 면밀한 진단 없이 답을 정해 놓고 태스크포스(TF)를 진행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당국의 은행권 경쟁 촉진 개선 방안을 두고 날카로운 지적을 쏟아냈다. 경쟁 촉진이 필요하다는 현 과점 체제는 결국 정부의 관리·통제 아래에 있는 구조이며 은행권의 '돈 잔치' 역시 정부의 부채 팽창 정책에 원인이 있다는 진단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연초 꺼내든 은행권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가 5개월여 끝에 마무리됐다. 먼저 이번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총평은.

"이번 결과에 대해 약하게 평가한다면 '용두사미'고, 강하게 평가한다면 '무의미한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래도록 쌓여온 은행권 관행과 제도를 바꾸려고 하는 건인데 몇몇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만들어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려고 한 접근부터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진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 은행에 대한 정확한 문제 진단이 필요한데, 연초 대통령 말 한마디로 은행권 개선 논의가 시작됐다. 은행권이 과도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시각은 그간 반복된 이슈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문제 진단 없이 시작해 은행들이 고수익을 벌어들이는 게 과점 때문이라는 답을 사전에 정해 놓고 시작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원인 진단이 잘못됐으니 결과물도 들여다볼 만한 것이 없었다."

-은행권 경쟁 촉진에 대한 정부 방안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 또 문제 진단에서 지적 사항은 어떤 부분인지.

"은행권 고수익이 과점 체제에서 비롯됐다는 답을 미리 내려 놓은 상황에서 TF를 시작했는데, 국내 은행들이 비정상적으로 고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우선이다.

특히 이 같은 정부 주장처럼 실제 원인이 과점에 있는지 검증이 필요했다. 검증하면 자연스럽게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을 텐데, 현재 과점으로 은행이 고수익을 보고 있다면 담합하고 있는지, 과도하게 예대마진을 얻고 있는지 면밀한 점검이 필요했다. 몇 개 되지 않는 대형 은행들이 서로 담합해 인위적이고 의도적으로 예대마진을 높여 정당하지 않은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지부터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은행시장 경쟁 체제는 과점 체제인가.

"국내 은행권은 이자수익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예대마진이 가장 주요한 변수다. 그렇다면 그간 은행 집중도와 순이자마진 간 상관관계 연구가 있을 텐데, 이런 연구들을 돌아보면 은행 집중도가 높아질 때 순이자마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자료가 많았다. 지난해를 보면 시중은행에서만 11조원 넘는 수익이 발생하는 등 고수익을 올린 건 맞다.

하지만 이런 수익이 과점 때문인지, 경쟁이 없어서 예대마진을 의도적으로 높였는지를 보면 현재 국내 은행권 경쟁 상황은 그렇지 않다. 국내 실증 연구들을 보면 되레 반대인 결과가 도출된다. 

국내에선 은행 집중도가 높아지면 과당경쟁 일어나서 순이자마진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즉, 과소경쟁이 아닌 과당경쟁이다. 얼마 되지 않는 은행 간 과당경쟁이 순이자마진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과당경쟁 상황은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는가.

"은행권은 정부가 얘기한 것처럼 과점으로 비정상적 이익을 추구한 게 아니라 과당경쟁으로 순이자마진을 높이지 못하고 있었다. 과점으로 고수익을 벌이고 있다는 정부 주장은 틀렸으며 진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순이자마진이 높지 못한 상황에서도 높은 수익을 보인 건 결국 대출 규모의 문제다. 진짜 원인은 대출 사이즈가 비정상적으로 팽창한 것이 발단이었다.

실제 과거 20년의 당기순이익 추이를 보면 시중은행에선 지난해 역대 최고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2007년에도 9조원대에 달하는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국내 은행의 수익 확대 동력은 대출 사이즈인데 15년 전에도 9조원 넘는 수익을 벌어들인 것이다. 당시 대출 규모를 보면 530조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200조원이 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저금리 시대가 '뉴노멀'이었는데 이전에 금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10조원에 가까운 수익은 은행권에서도 예외적인 수준인데, 2007년과 2022년 상황을 돌아보면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비슷한 양상이 드러났다. '빚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은행권 대출 사이즈가 크게 늘고, 이런 부채 팽창 기조 속에 응핸권이 돈을 쓸어담을 수 있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수익이 아니며 거품 수익이다. 거품이 꺼지면 수익이 다시 고꾸라지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은행에서 돈을 쓸어담을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이후로는 은행에 대출 규제를 하고 대출을 막아도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을 수 없었다. 거품에 따른 비용을 치러야 하는데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문제가 터진다. 최근 새마을금고 위기도 같은 선상에 있으며 제2금융권에서 버텨낼 여력이 있는지 계속 살펴봐야 한다."

-현 은행권이 과점 형태가 아니라면 현재 은행권 생태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과당경쟁을 더욱 큰 문제로 볼 수 있다. 객관적인 은행산업의 집중도를 보면 은행 경쟁을 제약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했지만 은행 집중도는 더욱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2018년부터 금융위원회 평가보고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미국 산업 내 은행산업 집중도는 국내 은행산업 집중도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오버뱅킹'으로도 볼 수 있는데, 미국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국내 은행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국내 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 역시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글로벌 은행들과 비교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현 은행권 생태계는 경쟁이 부족한 생태계가 아니며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은 되레 떨어지고 있다. 대출 규모는 2007년에서 지난해까지 15년 새 두 배를 훌쩍 넘어섰지만 당기순이익은 이를 쫓아가지 못했다. 겉으로 보이는 집중도와 상관없이 현실에선 과당경쟁이 수익성을 제약하는 요인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선 단기간에 은행산업을 뒤집기 어렵다.

보는 시각에 따라 은행 과점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국내 은행들이 모두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한정된 수익원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그렇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은행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내 은행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에도 나서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에 큰 족쇄가 될 것이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저축은행, 특수은행 등 은행 형태는 다양하지만 영업구조가 모두 같다는 점에서 은행산업 구조를 바꾸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과당경쟁에선 시중은행들은 수익성이 고꾸라지는 문제가 크고, 시중은행을 제외한 금융회사들에는 리스크를 더욱 부각시킨다. 안정적인 고수익만 추구하는 은행의 고착화된 경영 행태를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때 금융당국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떻게 은행산업을 지원해야 할까.

"정부가 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금융시장 안정, 소비자 보호, 시장 신뢰 회복 등 해야 할 일을 해내면 된다.

아울러 대출 폭증은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 금융시장에서는 비정상적으로 자산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리스크를 과도하게 짊어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불과 1~2년 새 자산이 급증했다면 어떻게 갑작스럽게 자산이 불어났는지, 건강한 수익 구조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대출 기반 자산 급증은 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금융산업 정책의 큰 핵심 중 하나는 금융 불평등 해소다. 금융 접근성은 취약계층까지 다 열려 있지만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간 금융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저소득·저신용에 따른 위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지만 과도하게 역진적인 금리·수수료 구조는 자산·소득불평등을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서민들은 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질 것이다.

저소득층 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이자 부담을 경감해줄 수 있는 전향적인 정책 지원과 같은 방안이 필요하다. 역진 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가 해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누구
조혜경 소장은 1967년생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정치학과 박사를 수료했다.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운영위원회·자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기획재정부 혁신성장기획단 상생조정기구 위원, 협동조합정책심의위원회 위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산하 사회적경제전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금융경제연구소 소장 겸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또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대학원 객원교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강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