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에도 지지율은 내리막.…민주당 지도부는 냉정함을 찾아라

2023-07-08 19:14

[임병식 교수]


오래전 개봉한 영화 <대부>는 단순한 마피아 영화를 넘어선다. 마피아 보스 돈 비토 콜레오네를 정점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범죄와 권력에 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에는 숱한 명대사가 나온다. 이 가운데 “절대로 적을 미워하지 말라.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삶의 지혜와 맞닿아 있다. 목숨이 오가는 마피아 세계에서 감정적 대응은 종종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조직의 안위를 책임지는 콜레오네는 이 말을 체험으로 알고 있다. 그는 성질이 급한 둘째 아들(프레도)에게 냉정할 것을 끊임없이 주지시킨다. 결국 프레도는 성급함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콜레오네를 이어 보스 자리에 오른 셋째 마이클 또한 <대부2>와 <대부3>에서 이 대사를 반복하는데, 인상적이다.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게 마피아 조직만일까. 실수를 최소화해야 하는 정당 조직 또한 냉정은 최고 덕목이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더불어민주당 상황에서 영화 <대부> 대사는 맞춤이다. 국민 85%가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를 반대한다는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은 내리막길이다. 냉정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이며 합리적 대응 대신 상대를 악마화한 채 감정적으로 대응하다보니 판단력은 흐려졌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강준만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퇴마정치>에서 이런 실태를 꼬집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악마화’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후안무치를 폭로하는 부메랑이 되었고, 2022년 대선 패배는 ‘윤석열 악마화’의 결과”라고 규정했다.

문제는 대선 패배와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윤석열을 미워하는 수준을 넘어 악마로 간주함으로써 스스로 자해(自害)를 일삼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대응은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들은 선(善), 상대는 악(惡)으로 규정한 채 선동과 악마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대응은 연장선상에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성과 대표성을 인정받는 국제기구다. 그러나 민주당은 ‘무책임한 보고서를 믿고 오염수 방류를 허용할 수 없다(이재명)’ ‘IAEA를 신봉하다 큰코다칠 것(정청래)’이라며 IAEA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며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

나아가 과학적 근거조차 부정하고 있다. 해류 흐름을 고려하면 오염 처리수가 우리 해역에 도달할 시기는 4~5년, 길게는 10여 년 소요된다. IAEA는 이 과정에서 방사능 농도는 희석돼 과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결론지었다. 일본이 방류하는 알프스 처리수 농도 또한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 보고서 내용을 종합할 때 방류 이후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데 오염수 처리수와 반일감정을 묶어 상대를 무너뜨리겠다는 미움이 앞서다보니 합리적 판단을 상실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자 당시 한나라당은 돈 주고 샀다며 조롱했다. 또 천안함 국제조사단이 발표한 북한 어뢰 발사로 인한 침몰에 대해 민주당 일부는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움이 극에 달하면 상식과 합리를 마비시킨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끼리 극단적인 정보를 주고받다보면 확증편향은 심화된다. 그릇된 확증편향은 신념으로 굳어져 상대를 무조건 배척하게 한다. 민주당은 오염 처리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선동하는 대신 IAEA 보고서가 지닌 과학적 오류를 밝히는 데 주력하는 데 우선해야 한다. 원자력 안전에서 오랫동안 대표성과 전문성을 인정받는 IAEA를 민주당이 뛰어넘을 수는 없다. 지금처럼 무조건 믿을 수 없다는 건 노벨 평화상을 돈 주고 샀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다. 노벨상선정위원회나 IAEA, 다국적 조사단으로 구성된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면 무책임한 선동일 뿐이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관련 민주당 스탠스 또한 갈팡질팡하고 있다. 민주당은 “과학적 보고서이기보다는 정치적 보고서”라고 했는데, 1년여 전 집권여당일 때는 달랐다. 당시 민주당 정부는 ‘IAEA 기준에 맞는 적합성 절차에 따라 (방류)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일본 관할 내 사항(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라며 IAEA에 신뢰를 보였다. 국민의힘 또한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다른 입장을 견지했다. ‘알프스(ALPS) 처리수는 암을 유발한다고 알고 있다(김기현 의원)’, ‘일본 정부가 강행할 경우 제주도가 앞장서 소송을 제기하겠다(원희룡 당시 제주지사)’며 부정적이었다. 공수가 바뀔 때마다 자신들 입장에 따라 ‘과학‧괴담(여당)’과 ‘안전‧신뢰(야당)’란 메시지를 바꿔 사용하는 상황이다.

오염 처리수를 고리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음에도 지지율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민주당 전략에는 분명 오류가 있다. 한국갤럽(4~6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직전보다 2%p 하락한 32%로 국민의힘(33%)에 역전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3~5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28%, 국민의힘 34%로 6%p 격차를 보였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여론조사(1~2일) 또한 민주당 지지율은 30.9%로 국민의힘(34.1%)에 뒤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은 민심과 괴리된 결과다. 당 지도부가 혁신과 쇄신이 아닌 비판과 선동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불체포 특권 폐지’와 ‘꼼수 탈당 방지안’을 쇄신안으로 내놨지만, 당내 반응은 무덤덤하다. 오염 처리수 저지에 모든 당력을 쏟는 건 신중해야 한다. 방류 저지라는 국민적 공감에는 이견이 없지만, 지도부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다. 괴담을 주장하는 여당에 맞서려면 이에 걸맞은 전략이 절실하다. 당내 혁신은 오염 처리수 저지 못지않은 중요한 사안이다. 광우병 사태 당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21%(2008년 2분기)까지 떨어졌다. 또 사드 전자파 괴담이 돌 때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30%(2016년 3분기)까지 떨어졌다. 한데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은 오르고 정당 지지율도 역전됐다. “절대로 적을 미워하지 말라. 판단력이 흐려진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격언이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