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통일부 대수술 …대화와 교류 창구마저 닫힌 위험한 남북 관계
2023-07-07 06:00
수십년 동안 지켜온 통일부의 기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윤 대통령은 “통일부는 앞으로 북한 퍼주기를 중단하고, 북한이 핵 개발을 추진하면 단돈 1원도 줄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일부에 대해 아주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통일부의 기존 업무 관련 경험과 식견이 없거나 부족한 인사를 기용한 것이 그것이다. 과거에는 장관이 외부인사로 기용되면, 차관은 으레 통일부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인사가 맡았다. 통일부 업무에 정통한 차관이 장관을 보좌하는 것이 업무의 연속성 면에서 합리적인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장관에 임용된 김영호 후보자는 평소 ‘북한 정권은 타도의 대상이며, 우리 스스로 핵보유국으로서의 힘을 가져야 함’을 강조해온 사람이다. 대북 인식 면에서 윤 대통령과 궤를 같이한다. 정통외교관 출신의 통일부 차관은 물론, 대통령실 통일비서관마저 외부인사로 채워졌으니 향후 대북 정책이나 남북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남북관계 개선에 주목표를 둔 통일부가 그 기능과 구조면에서 형해화(形骸化)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통일부가 담당했던 남북회담이나 교류협력 관련 업무는 이제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 가다가는 남북간 출입관리를 비롯, 이산가족과 납북자 문제도 없어질 것이 뻔하다. 대북정책을 총괄·조정하고 중장기 통일정책을 수립하여 집행하는 것도 유명무실하지 않을까? 그 대신 현 정부가 전력을 다해 집중하고 있는 북한 인권 실태를 홍보하거나, 그런 방면의 북한 정보 수집과 통일교육이 전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통일부뿐만 아니다. 통일부 산하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과 남북협력기금을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도 예산과 인력 축소 등 대수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많은 것이 없어지고 사라질 위기다.
통일부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부정적 인식은 북한에 대한 부정적, 적대적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윤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한마디로 “무서운 증오심”이다. 그 외엔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을 것 같다. 윤 대통령은 통일부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면서 우리 헌법에 명시된 통일을 거론했다.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른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임을 지시했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은 헌법 제4조가 명시하고 있는 통일방안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와 같은 통일은 따지고 보면 북한이 없어지거나 없어지도록 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당위적인 것이지만 북한 정권과 체제가 사라져야만 이룰 수 있는 통일이다. 어떻게 하면 북한 정권과 체제가 사라질 수 있는가? 북한이 스스로 붕괴하거나, 붕괴시켜야만 한다. 그런데 지난 역대 정부에서도 헌법에 명시된 그런 형태의 통일을 추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 방법이다. 남북한을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평화통일로 가져가게 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단번에 이루어질 수도 없다. 설혹 북한을 극도로 압박해 붕괴하도록 만들어 이루는 통일이라고 해도 그것이 우리에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남한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대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라. 북한이 붕괴되어 남한 법 체제로의 통일이 이루어지면, 당장 북한 주민을 먹여 살려야 하는 것이 급선무가 된다. 북한 주민이 모두 우리의 ‘기초수급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생계와 주거, 의료 및 교육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이 붕괴되어 남한의 법체제로 편입되는 순간부터 가히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와 다른 사회주의 체제 속에 살아온 북한 주민들의 인식이 변화해 남한 사회체제에 동화할 때까지는 수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이 무너지는 순간부터 이질감에 따르는 혼란과 갈등은 엄청날 것이다. 동서독이 통일한 지 30년을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동질성을 완전하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