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힙] '쪼개기 후원' 구현모 前 대표 1심 벌금 700만원 …"시민 신뢰 현저히 훼손"
2023-07-05 11:54
국회의원을 상대로 일명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김상일 부장판사)은 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 전 대표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KT 임직원들은 벌금 300~4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KT는 공공성이 강조되는 정보통신 사업 등을 영위하는 대기업으로 준법 경영에 대한 고도의 책임 요구된다"며 "하지만 피고인들은 이해관계가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해 일반 시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014년 5월~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매입한 뒤 이를 되팔아 11억5000만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KT 직원들을 기소했다. 이들은 비자금 중 4억3790만원을 100만~300만원씩 나눠 KT 임직원 및 지인 명의로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도 받는다.
KT 전·현직 임원 10명도 대관 담당 임원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했는데 구 전 대표 명의로는 국회의원 13명에게 1400만원이 후원금 명목으로 전달됐다.
앞서 검찰은 구 전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지난 5월 17일 결심공판에서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별개로 진행 중인 업무상 횡령 혐의 사건은 1심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이다.
한편 검찰은 '쪼개기 후원'과는 별개로 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전날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 겸 대표이사 대행을 참고인 신분으로 부르는 등 본사 사장급 인사에 대한 첫 소환 조사에 나섰다.
KT그룹은 지난 2020년 발주업체를 기존 KT에스테이트에서 KT텔레캅으로 교체했다. 검찰은 새로 발주업체가 된 KT텔레캅이 기존 KDFS 등 4개 업체에 하청하던 일감을 KDFS에만 몰아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박 대행이 발주업체를 KT텔레캅으로 변경하고 KDFS에 일감을 몰아준 과정에 관여한 핵심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박 대행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KT텔레캅에 일감을 몰아주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이 과정에 구 전 대표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했으며 조만간 구 전 대표를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