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묶인 남산 고도제한 완화...약수역·회현역 일대 40m까지 가능"

2023-07-11 11:25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 취임 1주년
12월부터 다산동·명동 등 5곳 개발

 
김길성 중구청장이 지난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32년간 묶여있던 남산 고도제한을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완화해 오는 12월이면 개발행위를 할수 있게 됐다"고 성명하고 있다.

"32년간 묶여있던 남산 고도제한을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완화했습니다. 오는 12월이면 공사에 착수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쁩니다."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7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개발행위를 할 수 있게 돼 중구 발전의 청신호가 들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구는 을지로와 명동 중심으로 '쇼핑이면 쇼핑, 관광이면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국내외 톱을 달리는 도시다. 하지만 그동안은 남산 고도제한 규제 때문에 각종 개발사업을 펼칠 수 없었다. 김 구청장은 이런 숙원사업을 말끔히 풀어냈다. 남산 고도제한 완화의 직접적 수혜지역은 다산동·장충동·필동·회현동·명동 등 5곳이다. 그는 이번 남산 고도제한 완화가 이들 지역뿐만 아니라 주변 동네까지 연쇄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특히 다산로 일대 3개 구역을 특정지구로 지정, 개발에 따른 최대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 특정지구에서의 층고 높이를 최대한 확대시켜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김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6월 30일 서울시에서 '신(新) 고도지구 구상'을 발표했다. 세부 내용은 지난 6일 고시됐는데, 중구의 남산 고도제한 완화와 관련해선 어떤 내용이 담겼나.
"이 '구상'에는 '남산 고도제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32년 만에 숙원사업이 풀어졌다. '남산 고도제한'은 그동안 서울 한가운데 284만㎡ 규모의 땅에 규제망을 쳐왔다. 이 규제는 주거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고도지구 변경안이 확정되면 건물 높이가 12~20m 범위의 높이 제한은 12~40m까지 완화된다. 완화 폭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이 빗장이 처음 풀렸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중구는 충분히 큰 변화의 전기를 맞게 됐다." 

-남산 고도제한 완화에 있어 중구청의 역할은.
"우선 '남산 고도제한 조정' 이슈를 논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게 바로 우리 구민이다. 과거 고도지구 '완전 철폐'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합리적 관리'로 논의의 페이지를 넘긴 것 또한 우리 구민이다. 무의미하게 높이 규제를 중복 적용 받는 지역이 많았고, 무엇보다 '조망점'이 소실된 곳들이 있었다.  그 조망점을 기준으로 건축물의 최고 높이 선이 그려진다. 시간이 흐르며 더 이상 해당 지점에서 남산을, 그리고 시내를 바라볼 수 없게 된 곳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예가 '약수역 사거리'다. 과거 조망점으로 설정해 둔 '약수 고가'가 2014년 철거됐고, 조망점이 사라졌음에도 규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이같이 규제의 실익을 잃은 포인트를 찾기 위해 지난 시간 전문가들과 꼼꼼한 현장 조사는 물론, 현재 남산 고도제한 근거가 된 32년 전 '남산제모습찾기 기본계획'까지 샅샅이 살펴봤다. 30년 묵은 주민의 이야기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고도지구에 속한 회현동·명동·필동·장충동·다산동 등 5개 동을 대표해 50명의 주민 협의체를 만들고 대규모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수차례 주민 설명회와 공론장을 열어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소중히 담아냈다. 이렇게 그린 남산 고도제한 조정의 밑그림을 들고 서울시와 수십 차례 실무회의도 가졌다."

-앞으로 중구는 어떻게 달라지나.
"우선 고도지구 아래 사는 1만5000구민들의 주거환경이 직간접적으로 개선된다. 사실 우리가 편안하게 감상해온 아름다운 남산의 모습 뒤엔 중구민의 보이지 않는 희생이 있었다. 차 하나 못 들어가는 좁고 가파른 골목에 낡은 집들이 가득하고 부식된 담벼락, 점점 비스듬히 기울어가는 외벽, 녹물을 뿜어내는 수도꼭지까지 도저히 서울 한복판이라곤 믿기 어려운 풍경들이 남산 자락 아래 펼쳐져 왔다. 모두 획일적이고 강력한 높이 규제에 막혀 리모델링, 재건축이 불가능해 벌어진 광경이었다. 앞으로 서울시 '신 고도지구(안)'이 확정되면 이런 1·2종 주거지에 가해지던 높이 규제가 최대 8m까지 완화된다. 주거환경 개선의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이미 용적률을 최대로 사용해 더 이상 층수를 올릴 수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필로티 구조를 활용해 1층을 주차장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고질적인 '주차 공간 부족' 문제는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될 곳은 역세권, 준주거지 일대다. 특히 주변부와 개발 차이가 현격했던 약수역, 회현역 일대는 높이 규제가 기존 20m에서 최대 40m까지 완화된다. 이 일대 지형이 완전히 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남산 경관 보존'은 중구민 또한 함께 지키고자 하는 가치다. 그러나 아무리 남산의 경관을 멋지게 보존한들 남산 가는 길에서 만나는 각종 주거 경관이 노후화 돼 있다면 진정한 '도시 이미지' 보존은 불가능하다." 
 
-남산 고도제한 완화와 관련해 구청의 향후 계획은.
"오는 17~18일 주민설명회를 열고 주민 의견을 꼼꼼히 수렴해 서울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 재정비안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서울시와 긴밀한 협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나아가 '신 고도지구(안)'이 확정되면 주민들의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쏟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