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위안화 '포치시대'...관건은 하반기 경기

2023-07-05 10:15

중국 위안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안화 가치가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중국 경기가 다시 활력을 잃으면서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해 개입에 나섰지만, 위안화 환율 향방은 무엇보다 경기 회복에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5월 19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7.0356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한 건 작년 12월 5일 이후 5개월여만이었다. 이른바 포치(破七)시대’가 다시 개막된 것. 

포치는 ‘깨뜨리다’라는 의미의 한자 파(破)와 숫자 칠(七)을 합쳐 만든 용어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섰을 때 쓰인다. 이는 중국 당국이 7위안을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포치가 발생하면 중국 당국은 외환시장이 지나치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신호로 여기고 시장 개입에 나서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곤 했다. 

문제는 포치가 이미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30일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2258위안까지 치솟았다는 점이다. 작년 11월 이후 7개월래 최고치다. 이는 곧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이다. 올해 들어서만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3.75%가량 하락했다. 


위안화 약세, 경기 침체가 주원인

올해 위안화 가치는 총 두 차례 크게 곤두박질쳤다. 1차 하락은 2월 2~17일 기간 중 발생했다. 이 기간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6.7130위안에서 6.9672위안으로 상승해 위안화 가치가 3.6% 떨어졌다. 2차 하락은 5~7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위안화 가치는 4.3% 하락했다. 

두 기간 중 위안화 절하 폭은 비슷했으나 의미는 달랐다. 1차 하락 기간 중국과의 무역 비중을 고려한 24개국 통화 바스켓 대비 위안화 가치를 보여주는 ‘CFETS 위안화 환율지수’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2차 평가절하 기간 CFETS 위안화 환율지수는 2.5% 급락했다. 2차 하락 때는 위안화의 실질유효환율까지 저평가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1차 하락 기간 중에는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보름새 2% 이상 상승한 반면, 2차 하락 기간은 5월 초 이후 현재까지 2개월이 넘었음에도 상승률이 1%가 채 안된다. 즉 5~7월 위안화 평가절하는 달러 강세 등 외부 요인으로는 설명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결국 이번 위안화 약세는 중국의 경기회복세가 눈에 띄게 둔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 리오프닝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던 중국 경제가 2분기 들어 힘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식 제조업 경기지표가 4~6월 석 달째 위축세를 보인 데다가 수출입·생산·소비·투자·부동산·실업률 등 주요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 회복 여부에 대해 의구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득보다는 실이 커'...인민은행 위안화 개입 움직임
위안화 약세는 수출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해외에 판매하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이 부진한 탓에 위안화 절하에 따른 수출 호조 역시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주도 하의 서방 세계가 중국을 상대로 디커플링(탈동조화) 및 디리스킹(위험 제거) 등 각종 제재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가격 경쟁력만으로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탄야링 중국외환투자연구원 원장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수출에 유리할 수 있지만, 현재 대외무역 지표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주문이 없으면 위안화 평가절하의 의미와 효과가 떨어진다"고 짚었다. 

수출 호조를 위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기에는 대규모 자본유출과 증시 폭락, 부채 급증 등 실이 너무 크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대규모 자본유출이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중국 중앙국채등기결산공사(CCDC)에 따르면 5월 외국 기관투자자의 중국 위안화 채권 보유액은 전달 대비 162억 달러 줄어든 5428억 달러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감소세다. 

롄핑 쯔신투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위안화) 자산을 팔 수밖에 없다"며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채권, 주식 등 위안화 표시 자산 가치도 동반 하락해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인민은행은 이를 막기 위한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외환 당국이 지난주부터 긴급 조치에 돌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당국이 사실상 위안화 약세 억제를 위한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시장 전망보다 더 높게 고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영은행에서 달러 매도 및 위안화 매수 개입에 나선 움직임도 감지됐다. 크리스토퍼 웡 싱가포르화교은행 외환전략가는 “이번 대응은 중국 당국이 최근 위안화 움직임을 과도하다고 판단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관건은 하반기 경기 
포치 시대는 이미 열렸고, 다음 고비는 달러당 7.25위안 선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2022년 11월 코로나 봉쇄로 인한 경기침체와 2015년 8·11 외환위기 때 7.255위안까지 오른 바 있다. 달러당 7.25위안의 벽까지 무너지게 되면 위안화 가치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해 15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위안화 흐름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최근 인민은행 당서기로 임명된 판궁성 당시 인민은행 부행장 겸 국가외환관리국 국장은 지난달 루자쭈이 금융 포럼에 참석해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외부 충격을 받아 적지 않은 경험을 축적했고, 외환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자신·조건·능력을 갖췄다”며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 개입으로는 위안화 절하 속도를 늦추는 것일뿐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위안화 환율의 향방은 하반기 중국의 경기 상황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크게 반등해 6~7%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4.5%를 기록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 핵심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가 7월 중 회의를 열고 주요 재정 지원책 등 경기부양 종합 대책을 확정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와 계약금 비율 인하 등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 소비 관련 세금 감면 등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롄핑 연구원은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면 3분기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한 시장의 전망도 바뀌면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더욱 힘을 내면서 경기 회복을 지원,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부증권 거시경제연구팀은 6월의 금리 인하 이후 3분기 거시 정책이 더욱 완화될 것이라며, 경기 상황이 개선되면서 위안화 가치를 되돌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리창 중국 총리가 지난 달 말 열린 세계경제포럼 하계 연례회의(하계 다보스포럼)에서 경기회복을 위한 부양책을 언급하며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며, 옐런 장관의 방중 소식도 시장에 호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