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강조한 재계, 상반기 희비] 지주사 디스카운트 '여전'…지주사-계열사 최대 61% 격차

2023-07-05 05:40
"지주사 매수는 그룹사 ETF 매수와 같다"
기대수익률 높이는 투자 기본 원리와 상충

[그래픽=아주경제 DB]
국내 그룹사의 지주사와 계열사 간 주가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집단 중 평균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와 계열사 간 평균 주가 수익률 격차가 61%로 가장 컸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SK그룹 등 주요 그룹사들이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주가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K그룹 21개 상장사 평균 주가는 지난해 말보다 11.9%를 상승했다. 반면 지주사인 SK주식회사 주가는 같은 기간 24.33%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롯데그룹 10개 상장사 평균 주가 수익률은 -11.81%였으나 롯데지주는 -22.24%를 기록하며 낙폭을 키웠다. 올 상반기 선방했던 포스코그룹 6개 상장사 평균 주가 수익률은 94.76%지만 지주사 격인 포스코홀딩스 상승률은 33%에 그치며 지주사 디스카운트(저평가)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부양을 약속한 그룹들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신세계, GS, HD현대, 한진 등도 상장사와 지주사 주가 괴리율이 컸기 때문이다. 지주사 디스카운트는 지주회사가 사업회사보다 투자자들에게 저평가받는 현상을 뜻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만 발생하는 특유의 현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주사 디스카운트 현상에 대해 투자자 관점에서 해석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주가 수익률과 기대수익률 간 불일치 △자회사 성장 가능성 등이 주가 프리미엄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그룹사 ETF를 매수하는 것과 같다"며 "지주사인 SK 주식을 사면 SK그룹 포트폴리오를 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 중에 사업이 좋아지는 회사도 있지만 나빠지는 회사도 있는데 굳이 전부 매수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주식 투자자들은 결국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SK그룹 21개 상장사 시가총액 합이 SK가 보유한 21개 상장사 지분가치의 합보다 크게 증가하면 SK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가령 SK가 보유 자회사 지분을 팔아서 정말 유망한 신사업에 투자하는 재원으로 쓴다면 주가가 오를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 주가는 SK가 거느린 자회사 지분가치만 반영된 것이라 시장에서 주가 프리미엄이 얹힐 수 없다"고 부연했다. 

신용평가 관점에서도 지주사 신용등급은 핵심 자회사 대비 낮은 경향을 보인다. 자회사가 자사 채권자에게 먼저 원리금을 지급한 뒤 남은 돈이 있으면 지주사에 배당금을 지급해야 지주사 채권자가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주사보다 성장하는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자회사에 투자 심리가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평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중복으로 상장하면 모회사의 디스카운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경향이 있다"면서 "중복 상장이 지속해서 이뤄지면 모회사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