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첫 내한' 마고 로비, 영화 '바비'로 그린 주체적 여성상
2023-07-03 12:45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영화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 내한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그레타 거윅 감독과 배우 마고 로비, 아메리카 페레라가 참석했다.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라이언 고슬링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번 내한 일정에 합류하지 못했다.
영화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마고 로비 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라이언 고슬링 분)과 여정을 떠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바비' 팀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8개 도시 글로벌 투어를 기획했다. 토론토, 시드니, 멕시코시티, 로스엔젤레스(LA), 런던, 베를린, 뉴욕, 서울을 '글로벌 바비 투어' 도시로 선정했다. 아시아에서는 서울이 유일하다.
마고 로비는 전날 한국 팬들과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믿을 수 없었다. 정말 많은 분이 와 주셨고, 너무나 열광적으로 환대해 주셨다. 지금까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순간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현장이었고 기대했던 것보다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전날 생일을 맞았던 그는 팬들의 따뜻한 환대와 축하를 떠올리며 "눈물 날 뻔했다. 생각지도 못했고 이렇게 생일을 기념했던 적이 없었다. '바비'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이 크다는 것도 알게 됐다. 진심으로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페레라는 "대박"이라고 한국말로 감탄한 뒤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에 행복했다. '바비' 풋티지 영상도 팬 분들과 공유할 수 있어 신났다. 아름다운 도시에 오게 된 것도 기쁘다"고 밝혔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이 도시에, 이 영화로 오게 된 것이 기쁘다. 무엇보다 나는 한국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한국에 왔다는 것조차 믿을 수 없다. 프랑스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파리에 가는 것이 행복하지 않나.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한국에 와서 너무 좋다. 어제의 핑크카펫 행사도 내가 지금껏 봤던 광경을 뛰어넘는 광경이었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마고 로비는 영화 '바비'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제작자로 참여해 '바비'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 등 여성 서사를 주로 다뤘던 그레타 거윅 감독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도 마고 로비였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첫 번째로 '마고와 작업하겠구나' 기대가 컸다. 마고 로비는 배우이면서 훌륭한 제작자다. 그동안 제작자로서 참여했던 작품들이 뛰어났기 때문에 기대가 많이 됐다. 물론 감독으로서 바비를 영화화한다는 것에는 두려움이 많았다. 기획 자체는 영화인으로서 신나는 일이었지만, 바비라는 캐릭터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인 데다가 바비를 향한 다양한 시선이 있지 않나. 어떨 때는 바비가 시대를 앞섰고, 어떨 때는 시대에 뒤처졌다.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었던 만큼 고민도 많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는 믿음도 컸다"고 설명했다.
마고 로비는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하고 오래 지켜봐 왔다. 뛰어난 비전을 가진 감독이다. 친구로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친구지만 감독으로서도 굉장히 박학다식하다. 산업에 존중도 있는 것 같다. 함께 작업하는데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바비'는 총 5년 동안 작업했는데 오래 걸릴 것이라 예상했던 만큼 존중할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바비'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일컬어진다.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만든 존재이기도 하다. 이 '완벽함'을 외모로, 연기로 표현하는데도 어려움이 컸을 터.
마고 로비는 "바비를 연기하게 된 것은 흡족하지만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낀 것도 많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바비 팬이 있고, 바비라는 인형, 그 콘셉트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바비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과도 대화 나눌 수 있는 영화,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또 1959년 처음 만들어졌던 '전형적인 바비'를 연기했다고 밝히며 "이미 박스 안에 들어가 있는 전형적인 바비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가상의 현실 안에서도 정형화돼 있다. 현실 세계로 나간 후 실제를 경험하게 되면서 글로리아(인간)와의 연결성도 깨닫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도 많이 일어나지만, 실제 여성과 상상의 여성이 무엇이 되었든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인형으로 배우게 된다. 인형은 여성이 아니고, 여성은 인형이 아니다. 시나리오부터 사회적 메시지를 잘 짜여 있었다"고 말했다.
'어글리 베티' 시리즈로 잘 알려진 아메리카 페레라 역시 "지금까지 내가 했던 작품들이나 포커스 맞췄던 캐릭터들을 보면, 정확히 나와 비슷한 외모의 사람들과 문화, 그리고 내가 예술가로서 원하는 것들에 많이 치우쳐져 있다. 운이 좋게도 기회의 문이 열려 흥미로운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메리카 페레라는 '바비'라는 상징과 그 상징을 깨면서 얻어지는 의미들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바비가 매우 아름답고 희망 차다는 것은 알지만, 인간 여성 없이는 바비가 있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많은 소녀가 바비를 갖고 놀면서 여성이 되는데, 그래서 그레타 거윅 감독이 이 스토리, 성인 여성 이야기를 바비로 한다는 것이 대단했다. 이 작품에 합류한 이유이기도 하다. 바비에 우리 이미지를 반영하면서 철학적인 메시지도 담았다. '바비'를 함께 하면서 우리는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하게 태어났고, 그러한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 이해하고 축하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흡족함을 표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지금은 콘셉트와 관념에 따른 바비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졌다. 모든 여성이 바비이고, 모든 바비를 여성이라 할 수 있는데, 바비의 정체성이 사람들의 정체성을 대변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런 정체성이 일부 붕괴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바비'는 그 부분부터 출발하는 게 좋았다"며 "마고의 바비는 전형적인 바비다. 누군가가 '바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바로 그것이다. 과거 내 어머니는 바비를 별로 안 좋아했다. 이러한 스테레오 타입 때문이었다. 영화 '바비'는 스테레오 타입을 넘어 성장하는 등 여성의 변화만큼 복잡함을 지닌다. 다양한 바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바비'라는 상징이 주는 고정관념, 일명 '코르셋'으로 꽉 조여진 영화가 아닐까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분명 기우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 등을 통해 시대상을 비틀고 여성상을 재해석해 왔기 때문이다. 마고 로비가 그레타 거윅에게 '바비' 시나리오 집필과 연출을 맡긴 것도 그래서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작은 영화를 할 때나 큰 영화를 할 때나 모두 개인적인 주제를 다룰 수 있었다. 확실한 것은 나는 여성에 관심이 있고, 영화를 좋아하고, 여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행동들을 하려고 하는지 많은 관심이 있다. 그런 기본적인 면이 작품에 녹아드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과 내면에 깃든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는 영화 '바비'는 오는 19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