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위 닷새째 지속…"시위 강도 줄었지만 방화ㆍ약탈 지속"

2023-07-03 08:09
10대 소년 할머니 시위 진정 촉구

프랑스 전역에서 10대에게 총을 쏜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리 북부 오베르빌리에에 버스 여러 대가 불에 타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교통 검문을 피해 도망치던 17세 알제리계 소년 나엘이 경찰의 총격에 숨지면서 프랑스 전역의 시위가 닷새째 계속되고 있다. 전날보다 체포 인원은 줄었지만 방화를 비롯한 격렬한 모습은 지속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이날 전날 밤 사이 719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는 전날 1300여명이 체포된 것을 고려하면 시위 규모는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제럴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치안 당국의 단호한 대응 덕분에 더 평온한 밤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방화와 약탈을 비롯한 시위대의 폭력적 모습은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교통부는 전날 밤 경찰관 4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고 차량 577대, 건물 74채에 불이 났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87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밤 사이에 시장의 자택이 시위대에 의해 공습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파리 남부 도시 라이레로즈의 뱅상 장브륀 라이레로즈 시장은 아내와 자녀와 자고 있다가 시위대로부터 휘발성 액체가 담긴 방화 테러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장브륀 시장의 아내는 대피를 하다가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다. AP통신은 "경찰서와 시청이 화재나 기물 파손의 표적이 됐지만, 시장 자택 자체에 대한 공격이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당국은 시위가 격화되자 오후 9시 이후 버스와 트램 운행을 중단했다. 파리 중심지에도 경찰관을 집중배치했다. 7000명 이상의 경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샹젤리제 거리에 집결했다. 또한 폭죽을 비롯한 인화성 물질 판매도 금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시위 소강을 위해 부모들의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번 시위는 특히 10대 구성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프랑스 법무부는 체포된 사람의 30%가 미성년자라고 밝히고 제럴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이들의 평균 연령이 17세라고 설명했다.

격렬한 시위가 계속되면서 프랑스 내부의 시위를 바라보는 분위기도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총격에 의해 숨진 알제리계 프랑스인 나엘의 할머니인 나디아는 이날 프랑스 BFM TV 인터뷰에서 폭동 중단을 촉구했다. 나디아는 "건물의 창문, 버스, 학교를 부수지 말아 달라. 시위대는 나엘을 핑계 삼고 있으며 우리는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란다"며 "손자는 죽었고 딸은 길을 잃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