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확장 나선 롯데, 공격적 투자에 재무부담만 커졌다

2023-06-29 19:00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업황 악화로 인한 수익 부진 영향
롯데지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 신용등급 줄줄이 하락
롯데 "회사채 대부분 조달 완료" 7월 VCM서 해결책 모색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


신동빈 롯데 회장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하반기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포트폴리오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그룹 재무구조는 악화해서다. 

롯데는 신 회장이 지난 1월 개최한 2023년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건강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강조하자 유통 중심의 사업구조를 화학과 바이오로 확대하기 위해 '통큰'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신 회장은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건강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며 "그룹 핵심 사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경영 자원을 집중 육성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중장기적인 롯데의 전략을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주문했지만 실적 부진 등 투자 후폭풍으로 하반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유통업계와 신용평가사 등에 따르면 롯데의 재무구조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실상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했고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할 단기 차입금은 2조원대에 달한다. 

'건강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투자가 오히려 재무구조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롯데캐피탈, 롯데쇼핑, 코리아세븐, 롯데렌탈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은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변동됐다.

신 회장의 전략에 따라 롯데는 중장기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포트폴리오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기존 주력 사업이던 유통업은 물론, 롯데케미칼과 롯데바이오로직스를 통해 화학과 바이오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4월 미니스톱 인수를 위해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유상증자에 3984억원을 투입했고,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에 각각 700억원, 1789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초에는 롯데케미칼 유상증자(2939억원),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1700억원)에 참여했다.

그러나 롯데그룹 맏형격인 롯데케미칼의 수익 부진과 계열사 대규모 투자로 인한 차입 부담이 커지면서 롯데지주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줄하락하고 있다. 롯데지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줄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재 롯데지주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 내외로 평가된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 등 2조200억원의 자금소요를 충당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수익성 대부분이 배당을 통해 나오는 만큼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 롯데는 내달 중순 열리는 하반기 VCM을 통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VCM에 롯데를 비롯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롯데지주는 상반기 실적 부진이 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으로 낙관했다. 악화한 재무구조 개선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대규모 시설 투자에도 기초소재의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라며 "계열사들의 실적이 반등하고 있고 회사채의 대부분은 상반기 조달을 마친 상황이어서 재무 건전성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