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0돌' 이건산업의 흑자 비결…'수직 계열화'가 핵심
2023-06-29 17:29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개념조차 없을 때 우리가 먼저 시작했죠."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염전로 91. 과거 염전을 메워 만든 이곳은 합판과 마루를 만드는 이건산업 인천공장이다. 1973년 출범해 올해 50돌을 맞은 이건산업이 지난 28일 주요 생산 시설을 공개했다.
이길수 이건산업 사장은 "염전에서 제조업으로 넘어가던 한국경제 태동기에 이건산업이 출범했다"며 "ESG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1970년대부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조림사업을 해온 덕에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말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심지 않으면 베지도 않는다'는 게 회사가 지켜온 경영 원칙이다. 나무를 벤 자리에는 반드시 새 나무를 심는다.
이날 찾은 인천공장은 입구부터 나무 냄새가 진동했다. 공장 창고에는 원자재인 '베니어'(얇은 나무판)가 아파트 5층 높이만큼 쌓였다. 베니어의 국적은 칠레, 솔로몬제도 등 다양한데 모두 이건산업의 현지법인에서 만든 제품이다.
이건산업은 1984년 솔로몬제도에 진출해 1996년 뉴조지아섬에 2억7000여만㎡(8000만평)의 대규모 조림지를 조성했다. 이는 여의도의 90배에 달하는 크기다. 현지에서 나무를 심고, 기르고, 베고, 베니어로 가공해 배로 이곳으로 나른다.
이건산업에 따르면 국내 합판 시장규모는 약 1조원이다. 이중 해외 수입이 8600억원 정도를 차지하며 국내 생산은 1400억원 정도다. 이건산업은 국내 생산 제품 중 28.6%인 400억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이때 국내 합판 3사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곳은 이건산업이다.
이길수 사장은 "값싼 수입산에 밀려 많은 기업이 합판 제조 사업을 접고 있지만 우리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며 "자사 법인을 통해 들이는 베니어는 연 30억원 정도로, 외부에서 사오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건 베니어에 접작체를 발라 압착하는 합판 제조의 일부 공정뿐이었다. 원목 절삭, 건조 등 공정 대부분을 칠레법인으로 이전한 영향이다. 이덕현 이건산업 매니저는 "칠레의 저렴한 노동력, 판가가 높은 인근 국가로의 수출 등으로 사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현지 합판 사업의 연 매출은 국내의 3배인 1280억원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법인을 통해 합판 제조 단가를 낮추는 대신 국내 사업장에선 고부가 상품인 마루에 집중한다. 마루는 합판에 필름이나 원목을 덧대 만든다.
목재 사업(합판·마루)은 이건그룹의 캐시카우다. 작년 이건산업의 목재 부문 연매출은 3304억원으로, 이건그룹 전체 매출 5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건산업은 국내에서 마루를 최초로 제조한 회사인만큼 국내 마루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건산업 인천공장의 하루 마루 생산능력은 84㎡(32평) 기준 약 300채인데, 한 달이면 5000세대 이상 물량도 공급할 수 있다. 덕분에 국내 1군 건설사의 대규모 시공 현장 수주 물량도 원활히 공급하고 있다.
이날 생산과정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주영호 이건산업 산업생산팀 매니저는 "천연목 특성상 표면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색을 입히기 위해서는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손을 거친 마루는 인천공항에서도 볼 수 있다. 항공사 체크인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밟았을(?) 제2여객터미널의 목재 바닥이 대표적이다.
이 사장이 언급한 ESG의 정점은 이건산업에서 46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관계사인 이건에너지에서는 폐목재, 목재 부산물 등을 태워 열병합 발전을 한다. 이렇게 발생한 스팀에너지를 SK와 KG 등 인천지방산업단지 내 주변 기업에 공급한다. 재생에너지로 인증받은 일부 전력은 전력거래소에 판매한다.
이길수 사장은 "목재 생산, 에너지 생산 등 국내 목재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순환 경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에너지 생산 분야를 더욱 강화해 의미 있는 ESG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염전로 91. 과거 염전을 메워 만든 이곳은 합판과 마루를 만드는 이건산업 인천공장이다. 1973년 출범해 올해 50돌을 맞은 이건산업이 지난 28일 주요 생산 시설을 공개했다.
이길수 이건산업 사장은 "염전에서 제조업으로 넘어가던 한국경제 태동기에 이건산업이 출범했다"며 "ESG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1970년대부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조림사업을 해온 덕에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말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심지 않으면 베지도 않는다'는 게 회사가 지켜온 경영 원칙이다. 나무를 벤 자리에는 반드시 새 나무를 심는다.
이날 찾은 인천공장은 입구부터 나무 냄새가 진동했다. 공장 창고에는 원자재인 '베니어'(얇은 나무판)가 아파트 5층 높이만큼 쌓였다. 베니어의 국적은 칠레, 솔로몬제도 등 다양한데 모두 이건산업의 현지법인에서 만든 제품이다.
이건산업은 1984년 솔로몬제도에 진출해 1996년 뉴조지아섬에 2억7000여만㎡(8000만평)의 대규모 조림지를 조성했다. 이는 여의도의 90배에 달하는 크기다. 현지에서 나무를 심고, 기르고, 베고, 베니어로 가공해 배로 이곳으로 나른다.
이건산업에 따르면 국내 합판 시장규모는 약 1조원이다. 이중 해외 수입이 8600억원 정도를 차지하며 국내 생산은 1400억원 정도다. 이건산업은 국내 생산 제품 중 28.6%인 400억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이때 국내 합판 3사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곳은 이건산업이다.
이길수 사장은 "값싼 수입산에 밀려 많은 기업이 합판 제조 사업을 접고 있지만 우리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며 "자사 법인을 통해 들이는 베니어는 연 30억원 정도로, 외부에서 사오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건 베니어에 접작체를 발라 압착하는 합판 제조의 일부 공정뿐이었다. 원목 절삭, 건조 등 공정 대부분을 칠레법인으로 이전한 영향이다. 이덕현 이건산업 매니저는 "칠레의 저렴한 노동력, 판가가 높은 인근 국가로의 수출 등으로 사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현지 합판 사업의 연 매출은 국내의 3배인 1280억원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법인을 통해 합판 제조 단가를 낮추는 대신 국내 사업장에선 고부가 상품인 마루에 집중한다. 마루는 합판에 필름이나 원목을 덧대 만든다.
목재 사업(합판·마루)은 이건그룹의 캐시카우다. 작년 이건산업의 목재 부문 연매출은 3304억원으로, 이건그룹 전체 매출 5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건산업은 국내에서 마루를 최초로 제조한 회사인만큼 국내 마루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건산업 인천공장의 하루 마루 생산능력은 84㎡(32평) 기준 약 300채인데, 한 달이면 5000세대 이상 물량도 공급할 수 있다. 덕분에 국내 1군 건설사의 대규모 시공 현장 수주 물량도 원활히 공급하고 있다.
이날 생산과정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주영호 이건산업 산업생산팀 매니저는 "천연목 특성상 표면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색을 입히기 위해서는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손을 거친 마루는 인천공항에서도 볼 수 있다. 항공사 체크인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밟았을(?) 제2여객터미널의 목재 바닥이 대표적이다.
이 사장이 언급한 ESG의 정점은 이건산업에서 46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관계사인 이건에너지에서는 폐목재, 목재 부산물 등을 태워 열병합 발전을 한다. 이렇게 발생한 스팀에너지를 SK와 KG 등 인천지방산업단지 내 주변 기업에 공급한다. 재생에너지로 인증받은 일부 전력은 전력거래소에 판매한다.
이길수 사장은 "목재 생산, 에너지 생산 등 국내 목재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순환 경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에너지 생산 분야를 더욱 강화해 의미 있는 ESG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