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 회계부실 上] [단독] 엉터리 재무제표 국세청에 보고…감사보고서 5년째 불일치

2023-06-28 15:50
작년 말 감사보고서 자본 163억인데 국세청엔 -3339억 공시
"자본잠식 여부 갈리는 중대 오류"…수익·비용 등 합계도 달라
국세청 "두 재무제표가 달라선 안돼…향군에 수정 요청할 것"
향군 "내부거래액 문제…시스템상 공익목적과 기타사업 표기"

 

그동안 회계부실 의혹이 일었던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이하 재향군인회)가 국세청에 보고한 재무제표 수치가 회계감사를 받은 감사보고서와 불일치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향군인회가 올해 공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와 국세청 보고 재무제표 간 자본 차이는 수천억원 대로 자본잠식 여부 판단이 갈릴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수치 오류가 5년째 이어졌는데도 수정 조치 없이 방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주경제가 28일 재향군인회가 공시한 최근 5년치 감사보고서와 국세청 결산 자료를 확인한 결과, 두 공시 자료 간 자산·부채·자본·수익·비용 등 주요 계정의 수치가 큰 폭으로 불일치했다.

재향군인회와 같은 공익법인은 매년 재무상태표와 운영성과표를 포함한 결산자료를 감사보고서와 함께 국세청에 공시해야 한다. 단체의 재무상태를 투명하게 공시해 국민 감시를 받고 정보이용자 역시 해당 재무제표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공익법인이 국세청에 공시하는 재무제표는 당해 회계감사를 받은 감사보고서의 재무제표를 기초로 하며, 두 재무제표는 서로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재향군인회는 올해 감사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자본을 +163억원으로 기재했지만, 국세청에는 자본이 –3339억원이라 보고했다. 감사보고서와 달리 국세청 결산 재무제표에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라 공시한 것이다. 

자본잠식 여부는 재향군인회의 신용평가, 금융거래, 평판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요소다. 회계 정보이용자가 감사보고서와 국세청 결산자료 중 어느 재무제표를 활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재무상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을 재향군인회가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과 부채 총액 역시 감사보고서에는 각각 5283억원, 5120억원으로 명시돼 있지만 국세청에는 자산 6285억원, 부채 9625억원이라 공시했다.

매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보조금수익 합계도 감사보고서에는 195억원으로 기재돼 있지만, 국세청 결산서류에는 346억원으로 기입돼 있었다. 당기운영이익 역시 감사보고서에는 –39억원이라 게재했지만 국세청에는 –49억원으로 공시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감사보고서의 2022년 재무상태표(왼쪽)와 재향군인회가 국세청에 공시한 2022년 재무상태표(오른쪽) 일부. 각 재무상태표 간 자본(순자산)과 부채 등 주요 계정 과목 합계액이 불일치하다. [자료=국세청]

국세청은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익법인이 국세청에 보고하는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의 재무제표가 달라서는 안되며 외부감사를 받은 감사보고서 재무제표 수치 그대로 국세청에 보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재향군인회는 공익목적사업과 기타사업 간에 발생한 내부거래 제거 금액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국세청 공시 시스템에는 내부거래 제거 표시 없이 공익사업과 기타사업만을 구분해 입력하게 돼있어, 내부거래가 포함된 금액으로 공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재향군인회 관계자는 “국세청 공시시스템에 내부거래 표시 기능이 없어 실질 금액이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세무서에 시스템 개선을 위한 공문을 보낸 바 있지만 처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국세청 관계자는 “재향군인회처럼 내부거래가 있는 경우 합계를 수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며 “국세청 결산 재무제표의 합계는 감사보고서 숫자 그대로 입력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재향군인회의 국세청 공시 재무제표 수치 오류가 올해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지가 재향군인회가 국세청에 공시한 과거 결산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20년과 2021년 역시 국세청에 공시한 재무제표의 자산·부채·자본·수익·비용 등 주요 계정 수치가 감사보고서와 불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향군인회는 감사보고서의 자본을 2020년과 2021년 각각 297억원, 203억원이라 게재했지만 국세청에는 –3184억원, –3290억원으로 공시했다.

재향군인회는 해당 불일치가 내부거래 제거액이 국세청 결산 합계에 반영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 해명하고 있지만 2018년 국세청 결산 자료는 합계뿐 아니라 기타사업 등 세부항목 수치 역시 감사보고서와 불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에는 예외적으로 국세청 결산자료의 자산·부채·자본 합계를 감사보고서와 동일하게 작성해 앞뒤 연도 간 공시 일관성도 결여돼 있었다.

실제 재향군인회는 2018년 감사보고서에 기타사업 부문 자본을 982억원으로 게재했지만, 국세청에는 –333억원이라 공시했다. 자본 총합 역시 감사보고서에는 3227억원이라 기재했지만 국세청에는 2610억원으로 보고했다.

2019년 국세청 결산 재무제표에는 기부금수익, 보조금수익을 각각 113억원, 140억원으로 기재했지만 감사보고서에는 14억원, 238억원으로 게시돼 있었다. 하지만 앞뒤 연도와 다르게 국세청에 보고한 2019년 재무상태표의 자산·부채·자본 수치는 당해 연도 감사보고서와 동일하게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재향군인회가 공시한 재무제표에 대해 수정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당 단체가 공시한 재무제표의 오류를 확인했다”며 “공시 재무제표에 대한 수정 안내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