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년주택인데 수도세 폭탄?"...호반베르디움 스테이원 '유출 지하수 관리비' 논란

2023-06-28 16:27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방문한 서울시 대표 청년안심주택 사업장
유출 지하수 공동 수도료, 임차인에게 '도둑 부과'...임차인들 "사용 수도료보다 많아 억울"

서울 은평구 대조동 청년안심주택 '호반베르디움 스테이원' 조감도[사진=호반베르디움 스테이원]


서울시가 운영하는 청년안심주택(구 역세권청년주택)에서 최근 공동수도료가 가구당 월 2000원에서 많게는 4000원 이상 부과되며 입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공동수도료는 1000원 미만의 소액인 경우가 일반적인데 해당 청년안심주택은 '유출지하수' 비용을 임대인이 아닌 입주민들에게 부과하며 비용이 커진 것이다. 해당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입주민이 부담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서울시 등 지자체가 부담하는 곳도 있어 형평성 문제와 함께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은평구 대조동 SH 청년안심주택(호반베르디움 스테이원) 입주민들은 관리비 고지서를 통해 지난달 공동수도료 항목이 면적별로 약 4200원~9400원 가까이 부과된 내역을 확인했다.

공동수도료는 전용면적별로 △21㎡ 4200원 △24㎡ 4620원 △36㎡ 6940원 △38㎡ 7480원 △48㎡ 9370원씩 부과됐다. 평균치(6522원)를 입주 가구 수(약 700가구)에 곱해 단순 산술하면 약 400만~500만원에 달하는 공동수도료가 발생한 셈이다. 
 
입주민들은 다른 청년안심주택·행복주택 등의 공동수도료가 월 190원~640원대로 나온 것을 고려하면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와 SH측에 문의한 결과, 유출지하수 배출 비용이 각 가구 관리비로 부과됐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유출지하수는 건물을 신축하거나 지하철 공사 등으로 지하공간을 개발할 때 자연적으로 흘러나오는 지하수로, 이를 방치하면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지하수를 다른 곳으로 배출해야 한다. 대조동 청년안심주택의 경우 지하 6층까지 개발되며 유출지하수가 발생했는데, 이 배출 비용을 입주민이 매달 나눠내도록 한 것이다. 

대조동 청년안심주택 입주민은 "안 그래도 관리비 부담이 커 최대한 아끼면서 살고 있는데 쓰지도 않은 공동수도료가 세대 수도료보다 더 많이 나와 황당했다"며 "어떠한 사전 공지도 없이 이 비용을 입주민에게 부과하는 게 합당한가"라고 불만을 표했다. 

유출지하수 처리 비용의 관리비 부과로 혼란이 발생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1년 10월 구로구 오류동 SH행복주택 관리사무소는 유출지하수 처리비용을 입주민들에게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로 인해 가구당 공동수도료가 두 달에 만원 이상(한 달 5000원꼴)로 부과되면서 입주민이 반발했다. 

당시 SH공사 측은 처음엔 입주민에게 유출지하수 비용을 부과하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률 자문을 받은 뒤 입주민 부과 방침을 철회해 현재는 공사와 서울시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SH관계자는 "당시 유출지하수 비용에 대한 고시가 없었고, 모든 가구가 임대인 점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유출지하수 비용 부담 관련 규정을 명확히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유출지하수 처리 비용은 입주민이 아니라 임대인 혹은 관리인이 부담하는 게 맞다는 해석이 나온다.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는 "서울시 하수도 사용 조례뿐 아니라 민법상으로도 유출지하수는 명백하게 임대인 또는 건물 관리자의 책임 범위 내에 속한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유출지하수 처리비는 해당 건물에 사람이 살지 않아도 건물 보존을 위해 항상 필요한 비용이지, 임차인이 건물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발생하는 비용이 아니다"라며 "민법상 임대인에게는 임차인들이 정상적으로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끔 유지할 의무가 있다. 유출지하수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건물에 침수가 발생하거나 붕괴하면 임대인으로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임대인이 부담했어야 할 비용을 임차인들이 부당하게 부담해온 것이므로, 과거에 지급한 내역까지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해당 청년주택의 사업시행자와 유출지하수 처리비용 부담 주체에 대해 논의 중이며, 이외에 서울시가 운영하는 임대주택에서 유출지하수 처리비용을 누가 부담하는 게 맞는지 명확히 하기 위해 법률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도 임대주택 입주민이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는지 의문을 가지고 검토하고 있으니 임대인·사업자가 부담하는 게 맞다고 판단되면 사업자를 설득해 관리비 부과 문제를 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