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빨대는 친환경이 아니다?… 공정위도 '그린워싱' 규제 첫발

2023-06-29 17:15
환경 관련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환경부와 발맞춰
명확성·완전성 원칙 신설…기업들 실증자료 대비해야

[사진=픽사베이]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된 ‘종이빨대’가 최근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환경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생산 과정의 친환경성은 인정받았지만 공정 과정에서 폴리에틸렌이 코팅되고, 폐기 과정에서도 미세 플라스틱 방출 가능성과 함께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제품의 생산 일부 단계에서 친환경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생산부터 폐기까지 제품 전 주기의 친환경 효과를 종합해 환경성이 상쇄되거나 감소하면 친환경과 관련한 광고·표시 등을 할 수 없게 된다.
 
기업 제품을 친환경으로 과대·허위 광고하는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 청사진이 구체화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법적 자문에서 그린워싱에 대한 검토 비중이 늘고, 법률 리스크에 대한 지침도 마련되면서 기업의 문의 수요도 증가 중이다. 향후 국내 그린워싱 규제를 통해 세부 계획과 실증 자료를 기업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대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조언이다.
 
작년 그린워싱 위반 4600여건...공정위, 심사지침 개정 추진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린워싱에 대한 구체적인 위반 사례 등을 규정한 관련 심사지침을 제시하면서 친환경 관련 광고 수위를 놓고 기업들의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심사 가이드라인 구체화로 현재 진행 중인 친환경 광고·표기에 대한 검토 역시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8일부터 ‘환경 관련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28일까지 진행했다. 해마다 증가 중인 그린워싱 위반 의심사례에 대한 효과적 규제와 방지를 위해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에 따르면 환경기술산업법상 부당 환경성 표시나 광고로 적발된 사례는 지난해만 4600여 건을 기록했다. 
 
개정 지침은 친환경 표시·광고 시 표현과 방법을 정확하고 명료하게 해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없어야 한다는 ‘명확성 원칙’과 소비자 구매·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누락·은폐·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완전성 원칙’이 신설된 게 특징이다. 또 일부 단계에서 환경성이 개선되더라도, 상품의 생애주기 전 과정을 종합해 효과가 상쇄·감소한 경우는 환경성이 개선된 것처럼 표시·광고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외에도 사업자가 환경과 관련한 목표나 계획을 표시·광고할 때는 이행 계획과 측정 가능 기한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공정위는 표시광고법 3조와 7조에 근거해 해당 지침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이나 행위 중지, 정정 광고 등을 명할 수 있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전략책임 변호사는 “최근 그린워싱 규제 필요성이 강화됨에 따라 환경부가 올해 1월 환경산업지원법을 개정해 과태료 부과 조항을 신설한 데 발맞춰, 공정위도 관련 지침을 개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SG 자문 때 그린워싱 필수 검토사항
그간 구체적인 지침이 꾸준히 마련되면서 ESG 경영에 대한 법률 자문에서 그린워싱에 대한 검토는 이제 필수 사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영주 변호사(법무법인 원)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ESG 관련 기업 프로젝트나 특정 공시 사항에 대한 자문에서 변호사들이 선제적으로 그린워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친환경 이슈에 대한 표현이 실제 수치로 계량될 수 있는지 등을 보고 그렇지 않다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 변호사도 “ESG 투자·금융에 대한 관심 증가로 그린펀드 등 친환경 금융상품이 확산됐고, 이에 따라 그린워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늘었다.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관련 지침을 마련하거나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이에 대한 자문이나 검토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국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친환경을 표방하는 기업일수록 공정위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향후 구체적인 관련 규제에 대한 자문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그린워싱은 법률 리스크”...실증 자료 제시 가능해야
외국의 입법례처럼 향후 국내 그린워싱 규제도 기업들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친환경 성과를 실증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번 개정 지침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영국 경쟁시장국의 ‘그린 클레임코드(Green Claims Code)’는 “모든 주장이 근거로써 입증될 것”을 기업의 친환경 광고를 위한 요건 중 하나로 들고 있다. 프랑스 환경법 역시 친환경 경영 등에 대한 프로젝트 등을 광고할 때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내용과 근거를 담을 것을 요구한다.
 
이 변호사는 “그린워싱은 이제 국내에서도 법률적 책임에 관한 문제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앞으로 공정위 표시·광고 심사에서 무공해 등 친환경 키워드에 대한 실증 자료와 기준을 계속해서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관련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 변호사는 “국내 그린워싱 규제는 공정위와 환경부의 이원화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향후 규제를 넓혀갈 환경부와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을 잘 확인하고 기업 내부적으로도 강화된 지침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