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이라크는 잊어달라"...초대형 인프라 시장 열린다, 한국 기업에 러브콜

2023-06-21 17:42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9차 한·이라크 공동위원회 본회의에서 아티르 알 그라이리 이라크 무역부 장관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라크는 한국을 맞이할 준비가 끝났다. 상황이 (과거와) 완전히 바뀌었다."(이라크 무역부 장관)

신도시, 교통, 항만 등 전후 재건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이라크에 대한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의식해 이라크 초대형 인프라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한국-이라크 공동위원회를 6년 만에 복원했다. 이를 통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등 대형 프로젝트를 우리 기업이 수주할 수 있도록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아티르 다우드 살만 알 그라이리 이라크 무역부 장관과 '제9차 한·이라크 공동위원회'를 열고 "이번 공동위를 통해 양국이 인프라, 무역, 에너지, 외교,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면서 "이라크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대형 인프라 수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국토부 장관과 이라크 무역부 장관이 수석대표인 한·이라크 공동위는 1984년부터 2017년까지 8차례에 걸쳐 열렸으나, 2017년 이후 이라크 정세 불안 등으로 중단됐다. 이번 행사는 원 장관이 지난 1월 이라크를 찾아 공동위 재개를 제안한 뒤 약 6년만에 성사됐다.
 
이날 양국은 △건설, 교통, 항공 등 인프라 부문 △무역, 투자, 금융 부문 △산업, 에너지, 자원 부분 △외교, 보안, 행정 부문 △교육, 문화, 체육 등 5개 부문에서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현장에는 양국 장관과 실무자들을 비롯해 대우건설, 현대건설, 한화건설, 한미글로벌, 네이버 등 다수의 기업도 참석했다.
 
이날 인프라 사업 논의에서는 교통, 인프라 양해각서 체결, 이라크 알포항 사업협력,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재개, 바그다드-서울 정책협력 양해 각서 체결, 항공운송 서비스 협정 개정 등이 다뤄졌다. 

기업들은 이라크에서 재건사업, 바그다드 경전철 사업,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엿보고 있다.
 
우선 오는 2041년까지 이라크 남부 바스라주 알포 신항을 세계 12대 항만으로 개발하는 사업에는 대우건설이 사업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1단계로 알포항에 컨테이너 터미널, 원유수출터미널, 선박수리조선소, 해군기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약 53조원 규모다. 산업단지와 신도시를 건설하는 2~3단계 사업에는 약 48조원이 투입된다. 철강플랜트와 정제공장 등 산업단지와 주거시설, 학교 등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에 주택 10만여 가구와 사회기반시설 등을 지어 분당급 신도시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사업 규모는 12조8000억원(99억 달러)에 달한다.
 
이 사업은 한화 건설부문이 지난해 10월 이라크 투자위원회(NIC)의 기성금 지연지급 및 미지급 등을 이유로 사업에서 철수했으나, 올해 들어 이라크 정부 측의 강력한 사업복귀 요청으로 주택건설 사업 재개를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총 26억 달러가 투입되는 바그다드 경천철 사업은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총연장 20㎞ 철로와 14개 역사를 건설하는 내용으로 현대건설이 선로공사를, 프랑스 알스톰이 차량과 신호 공급을 맡는다.
 
이밖에 투자 금융부문에서는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 방지협정, 세관협력 협정 등의 합의가 기대된다. 에너지, 석유화학산업 분야 협력강화와 함께 석유-가스 분야 투자 확대, 외교, 법무, 교육, 문화예술 등에서도 다양한 합의가 이뤄졌다.

아티르 알 그라이리 이라크 무역부 장관은 "이라크가 정치, 경제, 무역 분야에서 자리잡고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와 민간부문의 역할 확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등 근본적인 변화를 겪어야 하는데 특히 이 부분에서 한국이 이라크의 강력한 경제 파트너가 되길 희망한다"며 "알포항, 신도시 등 이라크의 많은 전략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들이 큰 역할을 할 것이고, 한국 기업들도 이라크 투자법으로 제공되는 인센티브를 잘 활용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라크는 그동안 정치, 외교, 안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세가 불안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안정됐고, 이미 정부의 3년치 예산안도 통과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비스야마 신도시 사업을 비롯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금융적) 문제가 없다"면서 "앞으로 신도시, 철도, 교량,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초대형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도 이라크를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고 적극 진출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