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필수약 '장기품절'에도 정부 외면..."중증질환 필수약도 처방 어려워"

2023-06-20 16:39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소아 청소년 필수약 품절 실태와 대책 마련 촉구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아·청소년 환자를 위한 필수약이 장기 품절되고 있어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아동병원협회(협회)는 20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4개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필수 의약품 수급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협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품절된 소아청소년 필수약은 47개다. 개수로만 따지면 141개에 달한다. 소아청소년 천식 치료제, 항생제, 독감 치료제, 항히스타민제, 콧물약, 진해거담제, 해열제, 장염 지사제 등이 1주에서 길게는 6년째 자취를 감췄다. 

약국가에서도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메디컬약국 박소현 약국장은 "어린이 환자에게 자주 처방하는 항생제, 해열제, 변비약 등이 품절돼 정상적인 조제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최근 일반약 해열제까지 품귀현상이 일어나 환자들에게 계속해서 약이 없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체제를 찾기 어려운 소아청소년 중증질환 필수약도 처방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성조숙증 치료제 '데카펩틸'과 터너증후군 치료제 '프레미나정' 등이 대표적이며, 뇌하수체 성선자극검사 시약 '렐레팍트'는 1년째 품절 상태다. 

최용재 협회 부회장은 "소아 중증 질환 진단과 치료에 사용되는 필수약이 품절돼, 치료 결정이 불가능한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며 "의료 선진국인 우리나라가 돈이 없어서 (필수약을) 수입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정부가 문제를 방치한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이홍준 협회 정책이사는 "제조사와 공급사는 수입이 되지 않는다거나 생산 계획이 없다고 하는데, 이런 품절사태에 정부가 왜 손을 놓고 있느냐"며 “의료진과 부모들은 오늘도 품절된 처방약들을 구하기 위해 약국 전화를 돌린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이사는 “품절사태가 장기화하는데 손을 놓고 있는 정부가 원망스럽다. 소아청소년 진료를 포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면서 소아청소년 필수약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