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에 에어컨보다 선풍기 더 팔린다…가전업계 '울상'

2023-06-18 19:56

여름철 대표 가전으로 꼽히는 에어컨 판매가 예년보다 부진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올 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에어컨보다는 선풍기 등 대체 제품이 더 잘 팔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기료 인상 이후 소비자들의 공공요금 부담이 가중된 영향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전기료 인상 여파로 에어컨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적은 선풍기와 에어서큘레이터 등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A 대형마트에선 지난달 16일 전기료 인상 직후부터 이달 13일까지 최근 한달간 선풍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었고, 휴대용 선풍기 매출은 20% 올랐다. 특히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습도를 없애주는 제습기 매출은 무려 302%나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에어컨 매출은 5%로 한 자릿수 신장에 그쳤다.

B가전양판점에서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최근 한달 같은 기간 선풍기 판매는 10% 증가했고, 제습기의 경우 150%(2.5배)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홈쇼핑에서도 창문형 에어컨, 에어서큘레이터, 제습기 등 에어컨 대체 가전 판매가 두드러졌다. C홈쇼핑에서 편성된 냉방가전 방송을 분석한 결과 에어컨과 같은 대형 냉방가전 편성 횟수(5회)보다 에어서큘레이터 등 소형 냉방가전 편성 횟수(7회)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24일 선보인 '보국 무선 BLDC 써큘레이터'는 약 1시간 동안 6억원이 넘는 주문금액을 기록했다. 제품에 적용된 BLDC 모터는 일반 선풍기 모터 대비 소비전력을 최대 95% 절약할 수 있어 전기 요금을 절약하려는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C홈쇼핑 관계자는 "소형 냉방가전은 에어컨 대중화 이후 점차 인기가 줄고 있지만 최근 전기요금 인상과 고물가가 겹치며 소비자들에게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전업계도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름 에어컨 장사를 잘해야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선방할 수 있는데 최근 전기료 인상과 고물가 악재가 겹치면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저전력·고효율' 제품을 내세운 가전 마케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구매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더 높은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더 줄인 초절전 모델을 선보였다. 비스포크 무풍 갤러리 에어컨은 기존 1등급 제품 대비 10% 효율성이 뛰어나다. LG전자 역시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 에어컨 전 라인업을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으로 구성했다.

통상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은 5등급 제품 대비 최대 5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1등급 제품을 사용하면 4인가구당 연간 416㎾h의 전력량을 줄일 수 있고, 이는 10만원 이상의 전기요금 절약 효과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 등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다 보니 걱정되는 부분"이라면서도 "올여름 폭염 예고도 있는 데다 에어컨 시장은 매년 200만대 판매를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시장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16일부터 올 2분기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했다. 직전 요금 수준에 비해 5.3% 인상된 것으로 4인가구(월 332㎾h 사용 기준)는 월 3000원가량 전기요금을 추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CJ E&M]